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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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햇살과 은은한 꽃향기가 참 좋은 6월입니다.

오전 수업을 마친 재만이의 머리위로 목화 솜 같은 구름이 둥실 떠있었지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달콤한 꽃 냄새가 실려 있어 꿈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죠.

"재만아∼ 재만아∼ 이리와 봐"

언제 나타났는지 윗마을에 사는 읍내 성냥공장에 다니는 경훈이형이었습니다.

경훈이 형은 하얀 편지봉투를 주면 동전 몇 개를 주는 걸 잊지않습니다.

바로 편지를 받을 사람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재민이 큰누나 미자였죠.

재만이는 가끔 농담 삼아 "어이 우리 처남"이라고 부르는 경훈이 형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편지전달 수고비를 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경훈이 형은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통틀어 제일 잘생겼고 힘도 세기 때문입니다.

재만이가 전해준 편지를 읽은 재만이 누나 미자는 슬쩍 거울을 보고 대문을 나섭니다.

오솔길 중간 지점 용바위에서 경훈은 미자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지요.

미자 역시 경훈을 만날 생각에 얼굴까지 후끈 달아오릅니다.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물이 오른 오솔길 양옆 나무에선 나무향이 물씬 풍기고, 여러 가지 환하게 핀 꽃들 때문에 오솔길이 다 환한 느낌입니다.

저 멀리서 미자를 알아보는 경훈이는'휘-휘-'휘파람 사인을 보냅니다.

오솔길 한옆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깊어가고 어느새 머리위로 노오란 달 하나가 둥실 떠 있었습니다.

둘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집으로 향합니다. 슬쩍 경훈의 어깨에 기대며 미자는 말합니다.

"오빠, 이 오솔길 참 좋은데 우리 이 다음에도 함께 걸을 수 있을까"

경훈은 대답 대신 미자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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