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다시 오게 되다니…"
"죽기전에 다시 오게 되다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8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의선 마지막 운행 기관사 한준기씨 인터뷰
"아유, 역사(驛舍)가 이렇게 달라졌네.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56년만에 경의선 열차가 휴전선을 넘어 달린 17일 낮 북측 개성역에 내린 한준기씨(80)는 감회어린 표정으로 개성역전을 둘러봤다.

한씨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31일 경의선 열차를 마지막으로 몰았던 기관사다. 그는 통일부와 철도공사의 배려에 의해 이날 100명의 남측 탑승객 중 한 사람으로 초청됐다. 한씨는 "과거에 있었던 역 주변 건물은 하나도 없다"며 "목조건물이던 개성역도 콘크리트건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의 손을 잡고 "내가 이런 날이 올줄 몰랐는데 너무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씨는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던 시점의 느낌을 묻자 "소감보다는 북쪽지역의 산에 나무들이 하나 없어 놀랐다"며 "남북이 단절되기 전에는 그렇게 숲이 우거졌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한씨는 "전쟁통에 열차를 몰고 북한에서 내려올 때 선로변에 즐비했던 피란민들의 시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당시 피란민들이 열차 지붕까지 올라갔다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그런 동족상잔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한씨는 "경의선 열차를 다시 모는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죽기 전에 열차를 다시 타게 된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927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한씨는 광복직후인 45년 11월 귀국해 이듬해 2월부터 증기기관차를 몰고 서울과 개성을 거쳐 토성역까지 80여km 구간을 오갔다. 그가 마지막에 몰고 온 기관차는 미군의 기관총 난사에 멈춰섰고, 녹슬고 부식된 채 방치돼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됐다.

남측으로 돌아오기 위해 개성역을 떠날 채비를 하던 한씨는 "어릴 적 최초의 기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결국 최후의 기관사가 되고 말았다"며 혼잣말처럼 소회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