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26>
궁보무사 <32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4.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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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운이 없다 보면
'으음. 놈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낸 이상 내가 가만히 놔둘 수 없지. 놈에게 죽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내가 몰래 다가가 놈의 목을 뎅겅 쳐버려야겠어!'

연풍은 이런 생각을 하며 지금 시원스럽게 오줌 줄기를 내뿜고 있는 칠성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런데 연풍이 칼을 꺼내 그의 목을 막 내리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칠성은 몸을 뒤로 확 돌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아니, 왜 남 오줌 누는 거 구경하시우"

"으아악!"

느닷없이 터져나오는 외침에 연풍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고, 바로 그 순간, 발을 잘못 헛디뎌 아래로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아래는 눈앞이 어질어질 할 정도로 몹시 심한 낭떠러지. 그러나 별안간 돌처럼 굴러 떨어지는 것을 연풍으로서는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연풍의 몸이 절벽 아래로 막 떨어지면서 엉겁결에 연풍은 손을 내뻗쳐서 절벽 틈사이로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를 재빨리 움켜잡을 수 있었다.

"아이고! 사람 살려! 아이고! 임마! 멍하니 보고만 있지 말고 어서 빨리 나를 구해줘!"

연풍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온갖 비명을 다 질러대며 칠성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칠성은 허겁지겁 단숨에 달려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연풍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초면에 무척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요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댁이 깜짝 놀라서 지금 요모양 요꼴이 되었구먼요."

"이봐! 딴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빨리 밧줄이라도 던져서 나를 끌어 올려줘!"

연풍이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여기에 무슨 밧줄이 있겠어요. 아 참! 칡넝쿨로 대신 하면."

칠성은 급히 서둘러 근처에 있는 칡넝쿨를 끊어다가 얼기설기 엮어가지고 절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연풍에게로 휙 집어 던졌다. 연풍은 다행히 그걸 잡아 쥐고는 칠성이가 위에서 잡아 끌어주는 대로 매우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러나 그가 미처 다 올라가기도 전에 너무 급하게 엮었던 탓인지 칡넝쿨 어느 한 부분이 풀어져버렸다.

"으아아악!"

연풍은 또다시 외마디 비명을 크게 내지르며 아래로 곤두박질치듯 떨어졌다.

"아이고, 저, 저걸 어째!"

칠성이 안타깝다는 듯 두 발을 동동 굴리며 소리쳤다.

연풍은 아래로 떨어지는 도중 근처의 무성한 소나무 가지들 위에 몇 차례 몸을 튕기듯이 부딪치는 바람에 충격이 훨씬 줄어들게 되어 맨 아래 풀숲에 와 닿을 때에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아 보였다.

"저 괜찮겠어요"

칠성이가 허겁지겁 아래로 뛰어내려와 연풍에게 물었다. 연풍은 고통을 억지로 참아가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러나 오른쪽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 이런!"

연풍은 갑자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자기 오른쪽 정강이 살갗을 완전히 꿰뚫고 삐죽 튀어나온 허연 뼛조각!

그러고 보니 그녀의 귀중한 다리뼈가 통째로 완전히 부러져 있었다. 아니, 다리뼈가 부러진 것은 그냥 그렇다고 치더라도 크게 다친 부위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뻘건 피가 뭉클뭉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아! 빌어먹을!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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