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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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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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김 유 진

꽃 속에 둘러싸여

웃고 있으면
뭘해

가까운 사람

울려놓고

멀리 떠나면서

시집 '꽃새의 노래'(시와 에세이)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몸 잘린 꽃들이 와서 문상을 합니다. 그 많은 꽃들이 뿌리를 내주고 와서 죽음 맞이한 사람을 위로합니다. 제 몸은 씨앗을 만들지 못한 채, 줄줄이 자식을 거느린 사람을 위해 은근한 향기 번지는 저녁입니다. 사각의 틀에 사진 한 장이 화안(花顔)처럼 웃습니다. 죽음이 다시 태어나기 위한 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오랜만에 만난 오늘이 마지막 마중이 된 날인데도 웃고 있습니다. 가는 이야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있는 이는 함께 있었음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무엇으로 삭일지 모르겠습니다. 멀리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이 생사의 법칙이니, 가까운 사람이 울어도 소용없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이별입니다. 꽃을 경계로 이토록 절절한 초혼(招魂)을 하는 이 있으니, 죽어도 서럽지 않은 예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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