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21>
궁보무사 <32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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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두 눈이 없어도 잘 보이신다는…"
49.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도사님! 좋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지요"

사리 성주가 불정도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짐을 얻어내려는 듯이 물었다.

"아, 물론입니다요.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딱 끝나고 맙니다. 제아무리 좋은 약처방일지라도 빈번이 너무 자주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듯이 이제 두 번 다시는 기(氣) 치료를 받지 마셔야합니다. 이제 두 분은 예쁜 자식들을 낳아 기를 일만 남은 셈이옵니다."

불정도사가 자꾸만 헤벌쭉 벌어지려는 입을 억지로 다물어가며 최대한 점잖게 말했다.

"여보! 어서 준비하구려!"

남편 성주의 말에 감물미녀는 몹시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흘겨보았다.

"여보! 부끄러워할 것 없소! 이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행하여만 할 일이 아니겠소"

재차 다그쳐대는 남편 사리 성주의 말에 감물미녀는 어쩔 수 없이 의자 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채 치마를 살짝 걷어 올렸고, 그 바람에 그녀의 비경(秘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으흐흐. 아무리 쳐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미녀의 저곳은 사내들의 영원한 눈요깃감이라니까. 헤헤헤. 까딱했으면 내가 저 보기 좋은 구경을 모를 뻔했네! 으흐흐흐.'

불정도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표정 관리를 해가며 준비해온 기다란 대나무 끄트머리를 그녀의 검은 수풀 위에 두드리듯 살짝 얹어놓았다.

이제 불정도사는 그 수풀 안에 감추어진 신비의 옹달샘을 찾아내어 그 안의 물기를 쪽 말려버리듯이 힘차게 쭉 빨아올렸다가 천천히 토해내듯 숨을 내쉬어볼 참이었다.

"아, 잠깐! 도사님!"

갑자기 사리 성주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불정도사는 하려던 일을 잠시 멈춘 채 눈을 들어 사리 성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도사님! 도사님께서는 지금 눈가리개를 하시지 않으셨잖습니까"

"에에엥"

불정도사는 그제야 정수리 위에서 불이 번쩍 나도록 정신이 났다.

그러고보니 불정도사는 오늘 아침 뭔가를 크게 기대해가며 급히 서둘러 오는 바람에 그토록 귀중한 눈가리개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 괜찮습니다. 본디 저 같은 수준의 도사(道士)라면 눈가리개를 하나 안하나 그게 그거니까요."

불정도사는 급히 이렇게 변명을 하긴 했지만, 지금 그의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나 이상스런 몸짓 등등을 사리 성주가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도사님의 두 눈을 가리거나 안 가리거나 매한가지라면 일단 그대로 진행해 해주십시오."

사리 성주가 점잖게 다시 말했다.

"헤헤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원래 눈가리개 없이 이렇게 생눈으로 직접 쳐다봐 가며 사악한 기운을 뽑아내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효과도 빨리 나타나는 법이옵니다."

불정도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지었다. 감물미녀는 일이 끝나자마자 들어올렸던 치마를 다시 내리고는 부끄러운 듯 자리를 얼른 떠나갔다.

"보아하니 도사님은 두 눈을 가리고도 앞을 환히 보시는 재주를 가지신 듯 하옵니다."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불정도사에게 사리 성주가 물었다.

"헤헤. 사실 그것은 대단한 도술 축에도 못 드는 것이옵니다. 그보다 더 한 것을 성주님 앞에서 보여드리지 못함이 저로선 몹시 아쉽고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옵니다."

"그러면 도사님께서는 두 눈이 없어도 잘 보이신다는 말씀 아니옵니까"

사리 성주가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불정도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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