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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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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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한국 민물고기의 유래

고황하·고아무르강 수계 최초 이동 통로

▲ 한국고유종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으로 한·중·일 3국이 동일 수계(고황하)로부터 분리된 이후 생겨난 어종이다. 특히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과거 어느 때인가 두 강이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최근 금강에서 발견되는 어름치는 복원된 종이다. 글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 사진 유현덕기자  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왔나 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대륙으로부터 왔을까, 아니면 바다 건너 일본으로부터 왔을까. 대단한 우문 같지만, 중국과 일본에 가보면 분명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들이 그곳 자연에서도 서식한다. 그것도 한 두종이 아니라 수십 종에 이른다. 그만큼 동종(同種)이 많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 모두 분포하는 공통종도 20종 가량 된다. 이웃한 러시아 지역에도, 아니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타이완에도 한반도와의 공통종이 살고 있다. 실례로 갈겨니와 모래무지는 한국에도 살지만 중국과 일본에도 살며, 피라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타이완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산천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도 산다. 어디 그 뿐이랴. 이들 국가의 많은 섬에도 뿌리를 같이 하는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어찌 의구심이 들지 않으랴. 홍수 등으로 인해 자연적 유입 ▲ 한·중·일 3국 공통종 '메기'- 메기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한 고로종(古老種), 즉 '할아버지 물고기'로 고황하계 어류에 속한다. 메기가 한·중·일 3국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은 먼 옛날 이들 지역이 하나의 대륙, 하나의 수계(고황하)로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준다. 국내에서는 하천쟁탈 등의 이유로 현재 고아무르 수계인 동해 쪽 하천에서도 발견된다.

민물고기는 본래 '민물'을 중요 서식기반으로 하는 물고기를 말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그 지역이 한때 타 지역과 민물로 이어져 있거나 홍수 등 어떤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나마 민물에 의해 타지역과 연결될 수 있을 때 '민물고기의 자연적 유입 내지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중국과 일본, 타이완과는 바다라는 넘지못할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대륙과 이어진 한반도 북쪽 또한 민물고기가 스스로 유입 또는 왕래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되지 못한다. 섬 지역 역시 바다를 넘지않고서는 불가능하다.

 과거로의 시간여행
그렇다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지역의 지질사적 형성과정에서 찾고 있다. 이들 학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보자.

"시대는 신생대 3기 말의 선신세. 이 시기 이후 지구는 몇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더 맞게 되는데 빙하가 얼고 녹을 때마다 해수면이 달라져 한반도 주변지역, 특히 한·중·일 지역은 때론 육지로 연결됐다 때론 바다에 의해 갈라지길 반복했다. 부속 섬지역도 마찬가지다.

빙하기가 되면 해수면이 낮아져 해안선이 밀려나는 이른바 해퇴기(海退期)가 왔는데, 이 때마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 땅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민물 수계가 나타났다. 그 중 서해 쪽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낮은 골짜기에 생겨난 물줄기가 바로 고황하(古黃河)다. 고황하는 양쯔강과 황하 등 중국의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과 한반도의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 일본의 서남부로 흐르는 하천을 모두 아우르고 나아가 대만 남쪽까지 뻗쳐진 커다란 강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한강과 금강도 당시에는 고황하의 지류였다.

해퇴기가 되면 한반도 동쪽에도 커다란 물줄기가 생겨났는데, 이를 고(古)아무르강 수계라 한다. 이 수계로는 흑룡강(러시아 명칭은 아무르강)과 두만강을 비롯한 한반도의 동해로 흘러드는 각 하천이 지류로 연결됐다.

혹자는 해퇴기 당시 해수면이 얼마나 낮아졌기에 한반도 주변지역이 모두 육지로 연결되고 각 지역을 잇는 거대한 강줄기가 생겨났나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해퇴기 때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무려 150∼180m 가량 낮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서해 수심이 평균 44m에 불과하고 깊은 곳도 100m 정도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고황하의 하구가 지금의 제주도 남서쪽에서 동중국해까지 이르렀을 것이란 학설이 설득력이 있다.

이후 시간은 흘러 신생대 4기 홍적세의 간빙기(해침기)를 맞으면서 녹아내린 빙하수로 해수면이 점차 상승해 지금의 서해와 동해가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각각 분리돼 나갔다. 한반도 주변의 섬 또한 이때 만들어졌다."

 민물고기의 유래와 분포
그렇다면 한반도의 민물고기는 어디로부터 유래했을까. 한마디로 고황하 수계와 고아무르강 수계가 한반도 민물고기의 최초 이동 통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황하 수계를 통해선 중국계 어류와 남방계 어류가, 고아무르강 수계를 통해선 북방계 어류가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민물고기 어종이 이같은 경로를 통해서 유래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앞서 얘기한 바처럼 홍적세 간빙기를 맞아 불어난 바닷물에 의해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분리되면서 각 지역의 하천 또한 고황하와 고아무르강 수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됐고, 그 후 지역적 특성에 의해 각기 분화된 고유종들을 탄생시킴으로써 종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 국가의 민물고기 분포 종수가 서로 다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천쟁탈로 본래 수계 벗어나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고황하계 어종인 갈겨니가 고아무르강 수계였던 동해안의 왕피천에서도 발견되는 것과 같이 현재의 서식지역이 본래의 수계를 벗어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륙분리 및 하천 고립 이후에 나타난 하천쟁탈(A,B 두 개의 하천이 인접해 흐를때 A하천의 침식으로 B하천의 일부가 A쪽으로 흐름을 바꾸는 일, 그림 참고)이나 기타 지각변동에 기인한다.

▲ 금강과 섬진강의 하천쟁탈 - 섬진강 최상류 지역은 본래 금강 물줄기였으나 하천쟁탈에 의해 물흐름이 남쪽으로 바뀌었다. 하천쟁탈이 일어나면 물흐름이 바뀌면서 그곳에 살던 물고기까지 옮겨가게 돼 분포지역이 넓어진다. 수계가 각기 다른 강과 강 사이의 물고기 이동은 하천쟁탈과 지각변동 등에 기인한다.<그림 제공:부산대 지리교육과>  미호종개의 분포 구계 오늘날 한반도 민물고기의 지리적 분포 구계(區系독특한 어류상을 이루는 지리적 범위)는 보통 서한 아지역(subdistrict)과 남한 아지역, 동북한 아지역으로 나뉜다. 서한 아지역은 한반도 백두대간 서쪽 대부분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등이 속한다. 고황하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에 대륙분리 및 하천고립 이후 생겨난 한국 고유종을 빼고는 대부분 중국계와 남방계 어류가 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해 묵납자루 어름치, 감돌고기, 가는돌고기, 배가사리,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 참종개, 부안종개 등의 고유종들이 분화해 살고 있다. 남한 아지역은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을 경계로 그 남쪽에 있는 영산강, 탐진강, 섬진강, 낙동강 수계와 동해안의 태화강, 형산강, 오십천, 왕피천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서 생겨난 한국 고유종은 큰줄납자루 점몰개 모래주사 여울마자 왕종개 동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꼬치동자개 등이다. ▲ 산경도와 민물고기의 분포구계 - 한반도의 민물고기 분포구계(區系)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세 개의 아지역(subdistrict)으로 나뉜다. 고황하 수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금강수계는 서한 아지역에 속해 있는데 이곳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한 139종의 민물고기가 서식 분포하고 있다.<지도 제공: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동북한 아지역은 강릉 남대천 이북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을 아우르는데 과거 고아무르강의 영향을 받아 남방계 어류인 메기목 어류가 출현하지 않고 어류상도 비교적 빈약하다. 이 지역에만 사는 한국 고유종은 버들가지와 강중개가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지원기금으로 취재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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