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20>
궁보무사 <32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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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무엇을 해주시겠소"
48.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어허! 그게 얼마나 값이 나가는데"

칭찬을 받을 줄로 기대했던 불정도사가 의외의 경우를 당하고나자 잔뜩 볼이 멘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머! 지금 도사님께서는 우리 소수성 사리 성주가 얼마나 부자인지 알고나 하시는 말씀이에요 이런 것들은 소수성 재물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그냥 수북이 쌓여있다고 합디다. 그런데 겨우 코딱지만큼 얻어 갖고 와서 희희낙락하시는 꼴이라니."

"으음음."

불정도사는 그녀의 말에 여전히 불쾌하긴 했지만, 그러나 그역시 어느 한편으로는 몹시 서운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리 성주가 그토록 부자라면 도사인 나에게 너무 소홀히 대해준 게 아닌가

비록 그것이 속임수일망정 내가 젖먹던 힘까지 죄다 발휘해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대나무 젓가락 춤을 추어댔는데. 게다가 나는 실속조차도 차리지 못하고 미녀의 입 구멍만 잔뜩 쳐다보고 돌아온 셈이니 이렇게 섭섭하고 한심할 데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딱 한 번만 더 찾아가셔요. 그래서 오늘 받아오신 것만큼이라도 더 받아가지고 오시라고요. 아, 상식으로 따져보더라도 도사님의 도술로서 예쁜 자식 낳도록 해주는 일인데, 그에 대한 사례치고는 너무나 빈약하지 않아요"

그녀가 자꾸만 충동질을 해대자 불정도사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음. 그래. 딱 한 번만! 내가 딱 한 번만 더 사리 성주를 찾아가 보자. 잘만 하면 오늘 받은 것만큼 내가 더 받아 올 것이 아닌가!'

이렇게 결심을 굳힌 불정도사는 다음날 아침 일찍, 기다란 대나무 한 개를 손에 쥔 채 사리 성주를 또 찾아갔다.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있는 아침상 앞에서 식사를 막 하려던 성주 부부는 불정도사가 별안간 나타나자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도사! 혹시 저의 부부에게 미진한 부분이라도 있소이까"

성주가 손에 쥔 숟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불정도사에게 물었다.

"뭐 미진하다기보다는, 좀 더 확실하게 잘해 드리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요."

불정도사가 정중한 태도와 말씨로 말했다.

"그럼 도사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무엇을 어떻게 더 해주시겠소"

"바로 이것이옵니다. 두 분의 소중한 아기씨가 심겨지고 자라나야할 중요한 그 곳 안에 제가 준비해온 이걸 바짝 대가지고 저의 소중한 기(氣)를 훅훅 불어넣어 드릴 생각이옵니다."

불정도사는 두자 반 (75센티) 길이에 집게손가락 굵기의 대나무 봉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이며 다시 말했다.

"그, 그럼. 그걸 도사님의 입에 갖다대시고 더운 김을 솔솔 불으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렇사옵니다. 제가 이걸로 더운 김을 불어드리고 나면 이 세상 온갖 사악한 기운들이 다시는 그곳을 범치 못할 것이옵니다."

불정도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주 정중하고도 강렬한 어조로 말했다.

"으음음."

사리 성주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아기씨가 심겨져서 자라나는 중요한 곳 그렇다면 보나마나 저 길쭉한 대마무 막대기 끄트머리를 자기 아내의 바로 아래 그곳에 갖다 대고 더운 김을 솔솔 불어 넣겠다는 뜻인데,

세상에 이런 망측한 경우가 다 있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그걸 하지 말라고 하면 이제까지 성주로서 지켜온 점잖은 체통과 자존심 등등이 한꺼번에 모두 헛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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