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17>
궁보무사 <31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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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지금 이것 저것 따지고 논할 처지요"
45.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하아! 이런!"

사리 성주의 말에 불정도사는 탄식을 하며 두 눈을 가린 보자기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왜 그런가 그게 혹시 부정 타는 짓이라도 되는가"

사리 성주가 몹시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지요. 그것은 엄연히 갓난아기의 몫일진대 다른 것이 새치기를 하듯 먼저 차지해 버렸으니 자연히 부정이 탈 수밖에요. 그러고 보니 성주님께서는 정식으로 아기씨를 뿌리시기 전에 실수를 저지르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듯 하옵니다."

한숨 섞인 불정도사의 말에 사리 성주는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도사! 그러면 이에 대해 좋은 해결책 같은 건 없겠소"

"휴우!"

불정도사는 자기 딴엔 무척 안타깝고 아쉽다는 듯 고개를 가로 내저으며 한숨을 길게 토해냈지만, 그러나 지금 속으로는 여긴 기쁘고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후후후 이거 잘만 하면 내가 오늘 큰 횡재를 하겠는걸! 여복(女福)이 한 번 터지고 나니 이젠 연달아 부지기수로 터지는구먼!'

불정도사는 자꾸 나오려는 기분 좋은 웃음을 억지로 꾹꾹 눌러 참으며 냉정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기야, 저 같은 도사에게 능치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성주님의 그곳을 제가 대나무 기운(氣運)으로서 말끔히 고쳐드렸듯이, 성주님께서 그것을 첫 번째로 갖다 대셨던 마나님의 그 두 곳 또한 저의 맑고 곱고 강한 기(氣)로서 말끔히 고쳐드릴 수가 있사옵니다."

"그, 그럼 어서 속히 고쳐주시오. 여보! 어서 그곳을 도사님께 보여드려야지."

"어머머! 그 그건 좀!"

남편 사리 성주의 말에 감물미녀는 몹시 당혹스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여보! 지금 우리가 이것 저것 따지고 논할 처지요 당신과 나 사이에 또다시 먹같이 생겨먹은 아기가 태어나느냐 마느냐하는 아주 중요한 판인데."

감물미녀는 남편의 간곡한 말에 잠시 주저하다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되었는지 아랫입술을 꼭 한 번 깨물어보고는 천천히 웃옷 고름을 풀어 젖혔다.

예쁜 쌍둥이 아이가 동시에 얼굴을 쏘옥 내밀듯이 적나라하게 튀어나오는 백옥(白玉) 같이 희고 고운 두 육봉(肉峰)!

웬만큼 강심장을 지닌 사내가 아니라면 이걸 보고 군침이 나오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길 정도로 가히 매혹적이었다.

"도사님! 시작해 주시지요"

사리 성주가 불정도사에게 무척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부탁을 했다. 그러자 불정도사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커다란 대나무 젓가락을 양손에 각각 거머쥐고 나비처럼 너울너울 춤을 춰댔다. 그리고는 환히 드러낸 그녀 앞가슴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불정도사는 마치 콩알을 집어 올리듯 그녀의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그것을 대나무 젓가락으로 단숨에 콕 찝어버렸다.

감물미녀는 크게 놀란 듯 몸을 잠시 움찔거렸지만 그냥 꾹 참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불정도사는 그녀의 그것을 대나무젓가락으로 콕 집은 채 좌우로 살살 돌리거나 엿가락 늘리듯이 조금씩 몇 번 잡아당겨보고는 비로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사님! 어떻습니까 괜찮겠습니까"

옆에서 가만히 숨을 죽여 가며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남편 사리 성주가 초조한 목소리로 불정도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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