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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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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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
도 종 환

물줄기 하나라도 막지 않는다 산은
어느 곳으로도 물이 흘러갈 곳을 내어준다
그 그늘에서 와서 살고자 하는 것은
풀벌레 꽃씨 하나라도 살 자리 만들어준다
벼랑 가에도 둥지 틀 곳 내어주고
바위 틈서리에도 뿌리내릴 자리 비워준다
짐승 한 마리 절대 마구 내쫓지 않는다
도시 끝 버림받은 산비탈 동네에서라도
자식새끼 데리고 살아보려 몸부림치는데
아직 숟가락 들고 있는 어린아이 밥상을
포클레인으로 내리치는 광경을
이 시대 사람의 산동네에서는 본다
곡괭이 자루로 사람이 들어 있는 집을 내리찍는 모습을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어린 꽃모가지도
짐승의 여린 발목도 다 부러뜨려 내쫓는 모습을

시집 '부드러운 직선' 창작과비평사 1998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사람이 밥을 밥으로 먹을 줄 몰라 밥을 친다. 사람이 희망의 밥인 줄 모르는 세상이다. 풀과 나무와 산은 어느 곳에도 물길을 낸다. 그리하여 풀벌레나 꽃씨에게도 아늑한 품을 내준다. 그러나 무서운 사람들이여, 버림 받아 평생이 억울한 사람의 둥지를 허무는구나. 아직 온기가 그대로 남은 아이의 밥상을 엎어버리고 그 날카로운 무장의 이빨로 내리찍는구나. 여린 풀의 목도 꺾고, 초록의 눈 나무도 죽이고, 배고파 바닥을 기는 여린 사람을 내쫓아 혼자만 배터지게 살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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