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도 종 환물줄기 하나라도 막지 않는다 산은
어느 곳으로도 물이 흘러갈 곳을 내어준다
그 그늘에서 와서 살고자 하는 것은
풀벌레 꽃씨 하나라도 살 자리 만들어준다
벼랑 가에도 둥지 틀 곳 내어주고
바위 틈서리에도 뿌리내릴 자리 비워준다
짐승 한 마리 절대 마구 내쫓지 않는다
도시 끝 버림받은 산비탈 동네에서라도
자식새끼 데리고 살아보려 몸부림치는데
아직 숟가락 들고 있는 어린아이 밥상을
포클레인으로 내리치는 광경을
이 시대 사람의 산동네에서는 본다
곡괭이 자루로 사람이 들어 있는 집을 내리찍는 모습을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어린 꽃모가지도
짐승의 여린 발목도 다 부러뜨려 내쫓는 모습을
시집 '부드러운 직선' 창작과비평사 1998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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