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64>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6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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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구름의 신 프레이야(Freyja)

맑은 날 저녁이면 발갛게 물드는 서쪽하늘

프레이야의 고유영역 권운층

"나는 대지와 물의 딸이며 하늘의 소중한 것이다. 나는 대양과 강가의 틈새를 지나 변하지만, 죽음을 모른다." (셸리의 시 '구름' 중에서) 고대인들에게 구름은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었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뿐 아니라 생성과 소멸, 회귀의 철학적 국면까지 보여주는 오묘한 기상현상이었다. 기원전 8세기, 소아시아의 이오니아에 살던 철학자들은 하늘의 젖은 공기가 모여서 두꺼워진 것이 구름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17세기 들어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공기와 수증기는 별개의 물질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변화무쌍한 수증기(구름)의 모양은 먼 옛날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신들도 사람들 못지않게 구름을 사랑하여 다양한 이름을 지어 불렀다. 북유럽의 신들은 '소나기의 기회(Change of Showers)'라고 부르고, 악한 신 바니르들은 '바람의 연(Wind Kites)'이라고 불렀다. 거인들은 구름을 '비의 희망(Hope of Rain)'로 이름 지었으며, 난쟁이들은 '날씨의 힘(Weather Might)'이라고 불렀다. 신들이 붙인 구름의 이름도 시의 한 구절처럼 아름답지만, 오늘날에도 구름은 시인들이 가장 즐겨 노래하는 자연의 한 소재이다. 북유럽의 신 프레이야는 신들의 왕 오딘의 아내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그녀는 송골매 깃털로 만든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지만, 귀여운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녀는 고양이 두 마리가 끄는 전차를 타고 여행하기를 더 즐긴다. 남편에게는 정숙하면서도 아들에게는 한없이 희생적인 그녀를 바이킹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따 금요일을 프라이데이(Friday)라고 지어 선물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그녀는 구름 세계를 통치하는 여신이다. 안개가 가득한 산위에서 바람이 짜놓은 금실을 이용해 물레와 실패로 분홍빛과 오렌지 빛의 권층운을 잣는다. 동이 틀 무렵과 석양이 질 때, 높디높은 하늘에서 세상에 힐끗 모습을 비추는 권층운은 다른 신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녀만의 영역이었다. 그녀가 권층운을 선택한 것은 가장 높은 구름이기 때문이다. 권층운은 엷은 베일처럼 하늘을 가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함을 더해준다. 빙정(氷晶)으로 된 구름이기에 햇무리나 달무리,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도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세상의 많은 시인들도 권층운을 사랑하고 노래했다. '당당함은 그 혼의 가장 고귀한 자극이라! 은빛 거죽을 벗긴 양처럼 양털 같은 더미들은 이슬방울이 퍼지자 흩어지네. 혹은 쉼터에 유유히 떠 있네. 신의 가슴에서 달콤한 위안을 찾아라." (괴테의 시 '권층운' 중에서) 그녀가 주로 만든 구름은 권층운이었지만, 다른 구름을 만들어 세상의 하늘에 보내기도 했다. 여름 하늘에는 얼음거인의 뇌를 이용해 비와 번개를 가져오는 적운을 만들었다. 난쟁이 만물박사의 조언에 따라 대장간의 재를 이용하여 세상 곳곳에 뿌릴 비구름을 만드는 것 외에도 양떼의 털을 자아 고적운을 만들었고, 낮은 구름인 층운과 안개를 만들어 땅을 뒤덮기도 했다. ▲ 사랑과 풍요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프레이야는 송골매 깃털로 만든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날아 다닌다. 하지만, 귀여운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녀는 고양이 두 마리가 끄는 전차를 타고 여행하기를 더 즐긴다.
하늘의 모든 구름을 그녀가 만들었지만 바이킹들은 권층운을 그녀의 상징 구름으로 생각했다. 시인 셸리는 권층운을 '내가 타오르는 지대에서 태양의 자리를 거머쥐고, 진주로 띠를 띠고 달의 자리를 거머쥐고'라는 시구로 표현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달무리가 지거나 사람들의 넋을 홀릴 정도로 발갛게 저녁노을이 물들면 바이킹들은, "오 사랑의 여신이여! 우리를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악해지면 프레이야는 검은 구름을 만들어냈다. 바이킹들은 한 여름철에 빠른 속도로 높이 발달하면서 강한 바람과 천둥 번개를 가져오는 적난운을 악한 신들인 바니르의 구름이라고 불렀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내릴 것 같은 시커먼 층적운을 지옥의 신들에 대칭시킨 것이다.

기상학적으로 볼 때 구름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들이 모여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구름 입자'라고 부르는데, 구름입자는 매우 작고 가벼워 공기 중에 부유(浮游)할 수 있다. 구름입자들이 모여서 커지면 빗방울이나 눈이 되어 구름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 수증기와 구름 입자의 핵이 되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핵 물질을 포함한 공기가 냉각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핵 주위에서 물이나 얼음이 되어 하얀색을 띠게 된다. 구름의 핵이 되는 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화산재나 증발한 해수의 염분 등 여러 가지 이물질이다. 북유럽의 구름신화에서 프레이야는 안개와 바람, 대장간의 재, 얼음거인의 뇌를 이용해 구름을 만들었다.

현대과학이 정의하는 구름생성 이론처럼 신화에서의 이러한 미세 입자들이 구름을 만드는 핵이 된다.

대체로 맑은 날 저녁,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면 구름의 여신 프레이야가 금실로 분홍빛과 오렌지빛의 아름답고 신비한 구름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자. 프레이야 여신의 기분이 좋은 날이니 내일의 날씨는 반드시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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