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14>
궁보무사 <31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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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어서 빨리 그방법을 내게 행해주시오"
42.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사리 성주가 여전히 의혹의 눈치를 보이고 있자, 불정도사가 두 눈에서 검은 보자기(눈가리개)를 떼어놓자마자 갑자기 외쳤다.

"그건 성주님께서 잘못 알고 계시는 것이옵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니"

"성주님! 생각해 보십시오. 술은 본디 오래 놔두고 묵힐수록 향내와 제 맛이 우러나오는 법이옵니다. 아기도 어머니 뱃속에서 적어도 열 달 이상 채워야만 사람다운 꼴을 갖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니, 1년 전의 그 지독한 독이 성주님의 그곳에 오줌발을 타고 올라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하등 이상스러울 것이 없사옵니다."

"그, 그렇다면. 내 몸 속에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독을 완전히 깨끗하게 없앨 수는 없겠소"

사리 성주가 몹시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불정도사에게 다시 물었다.

"방법이야 있기는 한데, 그 방법을 선뜻 사용하기가 조금."

불정도사가 갑자기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던 말끝을 잠시 흐렸다.

"도사!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그러하오 웬만하면 어서 빨리 그 방법을 사용해 주시요."

"글쎄요. 워낙 희한한 방법이요, 여간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유치한 방법이기에 솔직히 성주님께 사용하기가 매우 민망스럽사옵니다."

"어허!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감히 그런 말을 내게 하는 거요 도사! 뭔지는 모르되 어서 빨리 그 방법을 내게 행해주시오. 그래야 내가 깨끗하게 완치된 몸으로 다음번에 예쁜 아이를 생산할 수 있지 않겠소"

사리 성주는 마치 안달을 하듯 불정도사의 두 손을 꼭 붙잡으며 통사정을 했다.

"으흠흠.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성주님께서 저의 모든 것을 믿어주시고, 또 병을 고치시려는 확고한 의지를 스스로 보여주고 계시니 저로서는 그냥 모른 체하며 소홀이 지나칠 수가 없겠사옵니다. 그러면 제가 이러저러한 방법들을 모두 사용해 볼 터이니 단단히 준비를 해주십시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마침 오늘 밤 뜰 것이니 이와 때를 맞춰서 일을 행하신다면 틀림없이 달덩어리같이 인물이 아주 환한 자식을 얻을 것이옵니다."

"알았소이다. 도사님께서 가르쳐주신 바 그대로 내가 꼭 행하리라. 그럼 이따가 보름달이 훤하게 뜰 때까지 도사님께서는 푹 쉬도록 하십시오."

사리 성주가 무척 다행이라는 듯 가벼운 한숨을 연신 한꺼번에 몰아 내 쉬어가며 대답했다.

불정도사는 자기가 아무렇게나 지껄여대는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간 성주 부부를 보고 속으로 쾌재를 크게 부르며 기분 좋게 물러나갔다.

그러나 그의 어느 한쪽 마음에서는 몹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본디 거짓말이라는 것은 한 두 번 정도로써 간단히 끝을 내고 말아야 효과가 좀 있는 것이지 계속 질질 끌고나가 봤자 상대에게 허점을 크게 보이게 하거나 뭔가 눈치를 채게 만들 뿐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불정도사로서는 지금이 바로 그 좋은 기회!

오늘밤 보름달이 떠서 성주의 부하들이 자기를 다시 부르러 오기 전에 앞뒤 볼 것 없이 그대로 무작정 도망쳐 버리는 것이 그에겐 어쩌면 최선책 일는지 몰랐다. 하지만, 불정도사는 그렇다고해서 그대로 소수성을 빠져나가 도망갈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성주부부 앞에 불려와 수고(?)를 해준 것에 대한 사례를 미처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것이 거짓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대나무 젓가락을 쥐고 열심히 몸을 흔들어가며 춤을 춘 이상 이에 대한 대가는 다만 얼마라도 받아내어 챙기는 것이 원칙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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