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무용지물
생태통로 무용지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1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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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우암·구룡산 각종 편의시설 설치 야생동물 이동 전무
시민 등산로 전락 개선책 마련 절실

야생동물 이동통로 역할을 해야 할 충북지역의 상당수 생태통로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25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생태통로 23곳 가운데 16곳에서 고라니 배설물, 발자국이 발견되는 등 야생동물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7곳은 야생동물 이동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 제59호 국도의 터널형 생태통로에서는 멧돼지가, 이 국도에 설치된 또 다른 생태통로에서는 너구리 흔적이 발견됐다.

청원군 오창읍 각리에 조성된 3곳의 생태통로에서도 고라니 흔적이 발견됐다. 이 생태통로는 지역주민들이 오솔길로 애용하고 있으나 야생동물과 주민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반면에 도심지역과 인근 등산로 주변에 설치된 생태통로는 등산로로 전락했다.

청주 우암산 생태통로는 동물들의 이용이 전혀 없고 사람이 이용하는 통로가 됐다. 우암산 순환도로 터널위에 설치된 육교형 생태통로는 지난 1999년 27억원의 예산을 들여 길이 29m, 넓이 10m 규모로 조성됐으나 지금까지 야생동물 이동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을 위해 설치된 이 생태통로는 우암산에서 상당산성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계심이 많고 민감한 야생동물이 이용하도록 설치된 이 생태통로는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면서 동물들이 이용할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는 우암산 걷기길 조성과정에서 우암산 생태통로를 코스에 포함시켰다. 걷기길과 관련해 벤치 7개, 테이블 탁자 2개 등 휴식공간이 생태통로 중간에 설치됐다.

생태통로 곳곳에 담배꽁초, 빈병 등 사람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86년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1차 순환도로 개설 당시 사업비 20여억원이 투입돼 설치된 생태통로와 구룡산로에 조성한 생태통로 역시 제구실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구룡산과 매봉산을 잇는 육교형 생태통로는 야생동물 대신 사람이 이용하는 등산로 연결 역할만 하고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은 사람의 흔적이나 냄새에 매우 민감하고 보호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환경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으면 통로에 접근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이화령 복원구간 등 비교적 사람의 출입이 잦지 않은 곳의 생태통로만이 제기능을 하고 있다. 야생동물이 이용하지 않는 통로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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