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칼럼
무심천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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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 개의 말들은 무엇을 포장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① 불가능한 임무라도 ○○○과 함께 하면 가능합니다.

② 내면이 깊어질수록 몸짓은 더욱 고요해집니다.

③ 그녀의 프리미엄.무엇을 가린다는 의미로 포장의 기원을 살펴보면, 개인적으로는 성경의 창세기(創世記·Genesis)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유래를 찾고 싶다.

따먹지 말라는 나무의 실과를 먹은 남자와 여자가 눈이 밝아지게 되어 자기들의 몸이 벌거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다는 이야기다.

태초의 세상에선 포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포장이 패션(fashion)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말았다.

어떤 물건이 내손에 닿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유통의 최종 단계라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포장산업(packing industry)의 규모는 이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광고(ads) 또한 포장이다.

표면적이 아닌 심층적 구조로서의 포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광고의 샘플로 제시한 위의 ①, ②, ③으로 돌아가 보자.①은 미국 D운송서비스회사의 광고로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이용하여 자사(自社)에 대한 고객의 의존감을 극대화시키려 하고 있다.

②는 일본 T자동차회사의 광고로써 엔진의 가동력을 포함한 드라이빙 파워의 자신감을 아늑하고 조용한 승차감으로 연결 짓는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③은 한국 D건설회사의 광고로서 어줍기만 하다.

모름지기 광고라는 포장은 발전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

①에서는 인간의 삶이 각자의 ‘미션(misson, 사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②에서는 영원(永遠)의 가치를 추구하는 ‘선(zen, 禪)’의 이미지와 연결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③에서는 즉물적(卽物的)으로 소유본능만을 자극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③을 이렇게 바꿔 보라, ‘웃돈을 갖게 되는 그녀’라고.포장이란 말의 대표적인 용례(用例)로서 ‘선물을 포장하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포장하는지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물은 별 볼일 없는데 포장만 요란하다면, 그게 바로 주객전도(主客顚倒)로 인한 ‘못말려’ 피로증후군이 되고 만다.

포장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포장을 아름답고 효용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이러한 포장의 미학(美學)은 시각(視覺)만이 포장을 지배하는 잘못된 틀을 해체하는 작업과 더불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천양희, ‘눈’) 이제는 청각(聽覺)과 후각(嗅覺)과 촉각(觸覺), 어쩌면 미각(味覺)까지도 포장의 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감각소자(感覺素子)로서 대접받아야만 한다.

외화내빈(外華內貧),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은 형편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창세기의 조물주(造物主)는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고 했으니, 인간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해 분노하여 인간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사랑으로 허물을 덮어준 그분으로부터 새로운 포장의 미학을 배워야만 한다.

언젠가는 마르고 비틀어질 나뭇잎 치마는 벗어버리고, 고귀한 희생이 뒤따른 가죽옷으로 마음이 아리고 시려 슬픈 우리들을 입히자./청주기계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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