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문백전선 이상있다
40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9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723>
글 리징 이 상 훈

"네가 점을 치면 왜 모두 안 되는 것으로 나오느냐"

"광기! 돼지족발로서 다른 내용의 점을 네가 또 쳐볼 수 있겠느냐"

"물론이옵니다. 왕께옵서는 무슨 내용의 점을 원하시는지 그저 마음속에 그리기만 하소서! 저는 그것에 대한 점괘를 나오는 즉시 그대로 말씀드리겠나이다."

광기가 아주 자신만만하게 왕의 물음에 답했다.

"좋다! 내가 지금 생각하였으니 네가 이에 대한 점(占)을 쳐봐라!"

아우내 왕의 말에 광기는 또다시 신바람을 내가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대다가 이윽고 점괘가 나온 듯 돼지 족발 한 개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이번엔 어떠한 점괘이더냐"

아우내 왕이 뭔가 기대를 거는 표정으로 광기에게 물었다.

"네, 이번에도 역시 일이 잘 안 되는 걸로 나왔사옵니다. 이 족발 한 쪽 면이 쭉 째어져 있습니다. 이런 찢어진 모양새는 무조건 음(陰)인 여자로 간주되옵니다."

"허허. 그거 참 별일이로다! 연거푸 안 되는 점괘가 나오다니. 그럼 네가 다른 내용의 것을 또 쳐볼 수 있겠느냐"

아우내 왕은 크게 실망을 하면서도 마지막 희망의 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고자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 아주 역력해 보였다.

잠시 후, 족집게 같이 꼭 들어맞는 점괘를 얻는답시고 오두방정을 또 떨고 난 광기는 가벼운 탄성을 내지르더니 무척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옵니까 이번에도 역시 음(陰), 즉 여자를 뜻하는 것이 나오다니요."

"아니, 어찌되었기에 또 안 된다는 것이냐"

아우내 왕은 이번엔 조금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며 광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이번엔 족발 위에 여성을 뜻하는 도끼자국 같은 것이 조금 패어져 있사옵니다."

"뭐라 아니, 조금 전까지도 말짱해 보였던 족발이 갑자기 왜 패였느냐"

"패어졌다가 보다는 틈새가 약간 벌어진 듯 싶은 데, 어쨌든 이것은 생김새로 보건대 여자, 즉, 일이 제대로 잘 안 풀리는 음(陰)을 뜻 하옵니다. 저는 그저 점괘가 나온 그대로를 말씀드리는 것이오니 왕께옵서는 다소 마음에 드시지 않더라도 널리 헤아려 주십시오."

광기의 천연덕스러운 이런 대답에 갈전을 비롯한 매성, 평기, 봉항, 용두 등등의 신하들은 매우 흡족해 하는 표정들을 지었다. 특히 갈전은, 자기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으로 광기가 선전(善戰)을 해주자 몹시 흐뭇하고 기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런다고 해서 자기 고집을 쉽게 꺾고 물러나 앉을 아우내왕이 절대 아니었다.

"한 번 더 쳐보아라!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를."

거의 절규에 가까운 아우내왕의 명령에 광기는 할 수없이 온몸을 또 흔들어대며 족발 점을 쳐보고는 고개를 설래 설래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같사옵니다. 이번엔 족발 위에 조그만 구멍이 뚫렸습니다."

"아니, 그럼 그것도 음(陰)으로 치는 거냐"

"그렇사옵니다. 족발 위에 금이 가있든, 벌어졌든, 찢어졌든, 아니면 구멍이 좀 나있든지 간에 이런 것들은 일이 안 되는 음(陰)의 것, 즉 여자(女子)로 치기는 매 한가지이옵니다."

광기는 외눈 하나 껌뻑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거참 이상하다 어째 네가 점을 치는 족족 모두 다 안 되는 것, 즉, 여자를 뜻하는 음(陰)의 것들만 나온다냐"

아우내 왕은 참으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