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 문백전선 이상있다
40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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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722>
글 리징 이 상 훈

"왕께서 하시려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광기가 돼지족발점을 친답시고 저런 꼴값을 떠는 걸 본다면 어느 누구라도 고소를 금치 못하겠지만 그러나 이곳 분위기는 대단히 심각했다. 신하들 모두 아우내 왕이 지금 무슨 내용을 가지고 점을 치고자 하는지를 대강 짐작하고 있기에 그 결과에 따라 어쩌면 무서운 일(전쟁)이 당장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헛개 헛개 헛개 돈 돈 돈 족 족 족 다리다리다리 발발발 꿀꿀꿀"

광기는 온몸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도대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계속 지껄여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족발을 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무릎을 바닥에 꿇으면서 광기가 외쳤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광기를 어여삐 여기사 단 한 치의 거짓이나 착오도 없는 아주 좋은 점괘를 내려주시옵소서!"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광기는 자기 왼손에 쥐고 있던 돼지족발 한 개를 앞으로 쑥 내밀면서 아우내 왕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마침내 나왔습니다! 드디어 왕께서 원하시는 점괘가 나왔사옵니다!"

"그래 어떠한 점괘냐 어서 당장 말해 보아라!"

아우내 왕이 갑자기 귀가 솔깃해진 듯 두 눈을 번쩍 크게 뜨며 광기에게 다급히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오나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걸로 나왔사옵니다."

"뭐 안, 안 되는 걸로"

"그렇사옵니다."

"아니, 어떻게 하여 그런 점괘가 나왔다는 말이냐"

아우내 왕이 몹시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광기에게 물었다.

"좀 전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돼지 족발 위에 안 되는 것, 즉 여자의 음(陰)을 뜻하는 자국이 나타났기 때문이옵니다. 자 보십시오."

광기는 이렇게 말하며 한 손에 쥐고 있던 돼지족발을 위로 살짝 쳐들어 보였다.

"이리 가져와 보라!"

아우내 왕의 말이 채 떨어지자마자 바로 옆에 있던 시종이 얼른 다가가 광기가 왼 손에 쥐고 있던 돼지 족발을 받아가지고 왕에게 공손히 갖다드렸다.

"으음. 대체 이것이 어떻게 해서 안 된다는 음(陰)의 흔적이 나왔다는 게냐"

아우내 왕이 방금 전 광기가 들고 있었던 돼지족발을 이리저리 살펴봐가며 물었다.

"네. 족발 위에 안 되는 것, 즉 여성(女性)을 뜻하는 한줄기의 금이 나있기 때문이옵니다."

광기의 대답에 아우내 왕은 족발을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더니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렇구나! 정말로 족발 한 가운데에 시원하게 금 하나가 쭉 나있어."

아우내 왕은 몹시 실망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가전을 비롯하여 매성, 평기 등등의 신하들이 크게 안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아우내 왕이 속으로 갈망하며 점을 쳐보고자 하는 내용은 보나마나 너무 뻔 한 것!

왕 자신이 병천국 병사들을 손수 이끌고서 문강과 백락이 봉죽의 죽창 부대와 맞서 싸우고 있는 전장에 뛰어 들어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리듯 땅을 차지해 보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말이 쉽지 변변한 준비도 없이 그런 위험한 전쟁 속에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나중에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들이 제아무리 내란(內亂)에 휩싸여 힘이 약해져있다고 해도, 바보 천치가 아닌 다음에야 가만히 앉아서 땅을 빼앗기겠는가

잠시 뜸을 들여가며 뭔가 한참 생각해보던 아우내 왕이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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