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 문백전선 이상있다
40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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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721>
글 리징 이 상 훈

"내가 지금 정한 일이 잘될 것인지 점쳐 보아라"

광기의 말에 아우내왕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렇게 다시 말했다.

"으음. 어찌 생각해 보면 네 말에 상당한 일리가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또 생각을 해보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만 같구나. 어쨌든 네가 하려던 말이요 내가 듣던 말이니 계속 더 네 입을 놀려 보아라."

그러자 광기는 자기를 크게 대접하여 하는 말인 줄로 알고 신바람을 내며 계속 떠벌여댔다.

"이렇듯 음(陰)과 양(陽)은 서로 정 반대인 '그늘진 것'과 '밝은 것'을 뜻하고 있는 바, 이것은 즉, 다시 말하자면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으로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즐겨 치고 있는 이 돼지족발 점으로 말씀드리자면 바로 이러한 음과 양의 합일점을 먼저 찾아 낸 다음, 안 되는 것과 되는 것 즉, 음과 양으로서 그걸 또다시 구분하여 장차 어떠한 일이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재수 없이 안 될 것인지를 맞추는데 신통력이 제법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사옵니다. 결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이제껏 돼지족발점을 쳐서 맞추지 못한 예가 거의 없었고, 이렇듯 신통력을 하도 발휘하다보니 항간에서는 저 광기를 따로 이름 지어 '돼지족발 도사' 내지 '쪽집게 족발 도사'라고 부른다는 소문이 나 있을 정도이옵니다."

"어허! 너는 지금 말함에 있어 샛길로 새고 있다. 왕께서 아시고 싶은 것은, 네가 왜 하필이면 돼지발톱에다 봉숭아물을 들였느냐 하는 것이니라. 제대로 말귀를 알아듣고 대답하라."

아우내 왕 옆에 있던 평기 대신이 몹시 답답한 듯 직접 나서서 광기에게 꾸지람을 주듯이 말했다

"제가 돼지발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것은, 단순히 음(陰)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옵니다."

"뭐 음(陰)을 달래줘 그럼, 네가 돼지발톱에 정성껏 봉숭아물을 들였던 그 족발은 돼지 암놈의 족발이란 말이더냐"

아우내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모름지기 음(陰)에 해당하는 암컷이란 본디부터 모양내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저는 보다 확실하고 좋은 점괘를 얻기 위하여 암퇘지 족발에 붙어있는 발톱만큼은 수퇘지의 족발에 붙어있는 발톱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다듬어주는 편이옵니다."

"그렇게 해주면 점괘가 좀더 잘 들어맞는가"

매성 대신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무릇 여자를 잘 대우해 줘야 집안이 두루 편안하듯이 돼지 암놈의 것에 좀 더 신경을 써주어야 보다 정확하고 좋은 점괘를 얻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는 고귀한 손님의 점을 쳐드릴 것에 대비하여 암퇘지의 발톱에 봉숭아물을 예쁘게 들여놓지요."

"알았다. 그럼 이 자리에서 네가 속 시원하게 돼지족발점을 쳐보도록 하라."

아우내왕이 옆에 앉은 수신 왕비를 힐끗 쳐다보고는 밝게 미소 지으며 광기에게 말했다.

"예. 그럼 어떤 내용의 점을 치시려는지 왕께옵서는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마시고 속으로 생각만 하시옵소서. 단지 저는 그것이 제대로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안 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만을 이 돼지족발로서 알아맞히도록 하겠사옵니다."

광기가 봉숭아물을 들인 돼지 족발 외에 또 다른 돼지 족발을 집어 들고 말했다.

"그래 으음. 좋다! 내가 지금 마음속으로 뭔가를 정했으니 너는 그것이 과연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안 될 것인지를 돼지족발 점으로 쳐보아라."

아우내 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정말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는 듯 두 눈을 살짝 감아보였다. 그러자 광기는 돼지족발 두 개를 양손에 각각 나눠 쥐고는 마치 신들린 듯 온몸을 흔들어가며 예의 그 오두방정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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