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의 시대에 진실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문학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이런 혼란 속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에 “진실은 게으르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간결한 문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다. 진실은 게으르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반면 진실이 아닌 것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화려한 말들로 포장하고, 때로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정당성을 외치는 모습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도가니’는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권력과 돈, 사회적 무관심이 얽혀 진실을 가리지만, 결국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소설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진실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에 있다.
여러 관계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각자의 ‘진실’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진실은 단순한 주장이나 믿음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다.
‘도가니’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진실에 대한 외면이 가져올 위험성이다. 소설 속에서 진실은 권력과 사회적 위계, 그리고 무관심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그 장벽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진실은 느리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찾아온다.
진실은 역설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진실은 게으르지만, 그 존재감은 지울 수 없다. 왜곡과 거짓이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순간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진실은 꾸준히 빛나는 별빛과 같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상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모든 영역에서 적용되는 보편적 진리다.
역사는 진실이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한 진실은 결국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것이 ‘도가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혼란의 시대에 되새겨야 할 메시지다.
혼란과 갈등의 시기를 지나, 결국 남는 것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도가니’에서 말한 것처럼 진실은 게으를지 모르나, 그 게으름은 오히려 진실의 힘이 된다. 거짓이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진실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모든 혼란이 지나간 후에도, 진실만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형형히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