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뫼는 아련하고 달내강은 깊은데 薔山縹緲㺚川深(장산표묘달천심) / 모래 언덕에 말 매고 버들 그늘에서 쉬고 있어 立馬沙堤垂柳陰(입마사제수류음) /...가을 바람 불 때 다시 휴가받아 부친 뵙고 會待秋風重謁告(회대추풍중알고) / 공자 아들처럼 위민의 가르침을 응당 받으리 鯉庭應聽武城琴(이정응청무성금) 《다산시문집 제1권》.
이 시는 탄금대 맞은편 쇠여울(金灘)에서 울산 군수로 가시는 부친과 작별하며 다산이 썼다. 부친에 대한 깊은 효심과 존경심이 묻어나 있다.
충주의 낙을 물으니 爲問忠州樂(위문충주락) / 강촌이 어여뻐 살기 좋다지 江鄕美可居(강향미가거) / 아침엔 달내물 마시고 朝飮㺚川水(조음달천수) / 저물면 가흥의 강고기 먹어 暮食嘉興魚(모식가흥어).
이는 몇 해 전 새롭게 발굴된 《능양시》에 있는 박종선의 ‘충주락(忠州樂)’이다. 얼마나 달내의 물이 달고 가흥강 고기가 맛있으면 이런 시를 지었을까.
윤계선의 《달천몽유록(㺚川夢游錄)》엔 슬픔을 억누르며 바라보니 방초는 무성해 忍看芳草又萋萋(인간방초우처처) / 철갑옷 강물 뒤덮고 가야금 소리 여울 되어 흐느끼는데 鐵衣塡水琴灘咽(철의진수금탄연) / 삭은 뼈 들판에 치솟았으니 월악산이 낮구나 杇骨撑郊月岳低(오골탱교월악저)...라며 임진란 배수진의 참상을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달내강과 합수머리, 견문산, 갈미봉은 긴 역사 속에서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으로 문학과 예술로 승화되어 전승되고 있다.
그런데 근년에 도로와 장대교량이 잇따라 건립되어 아름다운 경관이 크게 훼손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오래전에 만났던 이시종 국회의원은 우륵대교와 신탄금대교에 의해 합수머리와 국가 명승지 탄금대의 풍경이 헤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전에 (내가 시장이었을 때) 탄금대교는 위쪽(달천)으로 계획되었는데 왜 지금처럼 되었는지 모르겠어’라며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충주환경연합에서 ‘가금-칠금 국도대체우회도로’ 노선변경 소송을 할 때, 담당 판사조차도 ‘신탄금대교’를 합수머리에서 보다 남쪽인 달천으로 이동하는 중재안을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충주시청은 거부했다.
충청고속화도로에 더해 ‘검단’에서 달내강을 넘는 새 다리가 1150억원을 투자해 건립된다. 이는 충주역으로 연결되는 100% 시비 사업이다. 그런데 불과 1~3분 가면 신탄금대교와 달천다리를 이용할 수 있다. 장래에 충주역이 활성화되어 교통 분산이 목적이라면, 충주역에서 신탄금대교로 도로를 내면 될 일이다. 전(前) 국회의원과 판사, 충주환경연합의 뜻대로 했더라면 이 다리는 거론될 일이 없었다. 대형토목공사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한 토건 마피아들의 먹이 사냥에 보물보다 귀한 역사문화경관이 훼손돼 가니 정말 아쉽다. 이런 짓하려고 탄금대를 ‘국가명승지’로 만들었는가? 충주상수도보호구역으로 불필요한 2차선을 만들어 차량 유입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지역정체성과 민족의 애환이 서린 이 공간을 조근조근 칼질하기 시작했다.
21만 도성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잘못된 행정도 문제려니와 방관으로 동조하는 지도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대체 무엇이 시민 행복이고 지역발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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