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경찰수련원 집회 소음 몸살
제천경찰수련원 집회 소음 몸살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6.04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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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확성기 설치 … 농산물 판매장 건립 촉구
방문객 “부모님과 휴양 … 웬 장송곡” 불편 호소
제천경찰수련원 앞에 농산물판매장 설치 요구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학현리 주민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제천경찰수련원 앞에 농산물판매장 설치 요구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학현리 주민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이래서 잠이나 편히 자겠냐고요. 쉬러 온 건데 쉬지도 못하고, 모시고 온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휴양차 제천경찰수련원을 찾은 경찰 가족들이 수련원 앞 시위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0시30분쯤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에 위치한 경찰수련원에는 늦은 시각임에도 장송곡이 큰 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소음의 출처는 수련원을 지을 당시 경찰청이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일부 주민이 수련원 주변에 설치한 확성기와 스피커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4년 수련원 설립계획 당시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련원 내에 농산물판매장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찰청 측에서 수련원이 문을 연지 5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자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2020년 7월부터 수련원 입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청이 주민과 협의를 진행,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농성은 중단됐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시작됐다.

오전 7시30분부터 자정 가까이 반복해서 울려퍼지는 장송곡으로 휴양을 하러 온 경찰 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경찰관인 아들, 손주들과 쉬러왔다가 소음을 참지 못한 70대 노인이 주민이 설치한 스피커 전선을 가위로 절단해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날 수련원에서 만난 한 경찰공무원은 “저녁이 되면 멈추겠거니 생각했는데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소음이) 안 끝난다”며 “온 가족이 시간을 내 경기도에서 온 건데 괜히 왔나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관도 “곧 연휴 시즌이라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장송곡 때문에 미칠 노릇”이라며 “다른 노래도 아니고 심지어 장송곡인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냐”고 분노했다. 이어 “프런트에도 항의해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결국 `하루만 참자'는 심정으로 객실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투숙객은 “주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며 “요구 수용 권한이 없는 수련원 앞에서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하러 온 경찰관들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시위를 할 게 아니라 경찰청이나 충북경찰청에 앞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을 청년회 관계자는 “투숙객들의 불편도 알고 있어 스피커 음량도 낮추고 밤 11시까지만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투숙객들을 괴롭히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인근 마을 어르신들도 똑같이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농산물판매장 설치 약속은 2014년 경찰청·시청 관계자들이 마을 주민 4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약속했던 사항”이라며 “매해 아무런 대책 없이 `인사 이동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었다', `검토하고 있다'는 식의 대응만 반복되고 진행상황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시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윤채기자

chaezip12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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