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과 가덕도신공항
세종의사당과 가덕도신공항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6.04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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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10여년 전부터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출현했다.

세종국회의사당(세종시 국회분원) 건립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의 충청권 청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의사당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앞서 세종이 지역구인 민주당 홍성국 의원도 국회 운영위에서 “더 이상 늦어지면 21대 국회의원 모두 미래 세대에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며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세종의사당은 지난 2012년 국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효율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의제로 떠오른 후 수차에 걸쳐 타당성과 기본계획 용역 등이 추진됐다. 용역마다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가 합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컨대 국회가 지난 2017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선 세종시에 국회분원을 설치해 현재 세종에 둥지를 튼 부처를 관장하는 국회 상임위와 예결특위만 옮겨와도 지방에 2만3000여명의 인구가 늘어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지방 총생산도 785억원 증가해 유의미한 균형발전 효과를 낳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무엇보다 국회와 행정부의 물리적 괴리가 초래한 비효율 고비용 문제가 분원 설치의 당위성을 높였다. 부처의 3분의 2가 포진한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국회 보고를 위한 서을 출장이 연 30만회에 육박한다. 업무를 KTX에서 카톡으로 본다는 푸념이 나오고 연간 관외 출장비는 3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세종의사당은 선거철에만 후보들의 공약으로 등장했다가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충청권 공약 1호로 내걸었다가 위헌 소지가 있다느니 하는 구차한 변명을 일삼다 다음 선거에 울궈먹기를 거듭했다. 19대 대통령 선거때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분원이 아니라 국회를 통째로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호언했다. 선거가 끝나자 당내 의견 수렴 운운하며 슬그머니 발을 뺐고 함께 공약했던 민주당 역시 동력을 잃어 공동발의한 법안을 무산시켰다. 충청 유권자를 우롱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세종의사당 건립이 화두로 떠오른지 정확히 10년만인 지난 2021년 9월에야 세종의사당법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급물살을 탈 것 같았으나 1년도 더 지나서야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세종의사당의 규모와 이전방식 등을 담을 국회 규칙을 제정하는 일만 남겼지만 여기서 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국회운영위원회 법안소위는 규칙 제정에 앞서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꾸려 의견을 듣기로 했다.

애초의 2027년 준공 계획이 이미 물건너가 한시가 급한 판에 절차를 하나 더 만든 셈이다. 그동안 4차례나 용역을 추진하고 기본계획까지 수립해 놓고 무슨 자문을 더 받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부지매입비 350억원도 집행이 보류되고 있다.

여야는 대선을 앞둔 지난 2021년 무려 20조원이 투입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였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법들을 무력화시키며 몇달만에 타당성이 떨어져 폐기됐던 공항 사업을 살려냈다. 영남에서 발휘됐던 그 열정과 추진력이 충청에선 한없이 무뎌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회 운영위는 아직 자문위원회 구성도 못했다고 한다. 하기싫은 숙제를 최대한 미루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가덕도 신공항은 순풍을 타고있다. 오는 8월 기본계획 확정, 내년 착공, 2029년 개항 일정을 잡고 현재 부지 조성공사 입찰을 준비 중이다.

국회 운영위는 자문 절차를 서둘러 세종의사당 사업이 실질적인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올해 설계에 들어가지 못하면 2028년 준공도 어려워진다. 사업이 해를 넘겨 세종의사당이 내년 총선에서 또 들먹여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말이다. 유권자에게 모욕감을 안기는 횡포로 치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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