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행자
꿈꾸는 여행자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6.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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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실시한 꿈꾸는 여행자 충북 1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60세 이상 활동적 장년의 건강한 여행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이다. 4주간의 교육에 참여하면서 여행의 의미에 대한 인식 변화를 하게 됐다.

그동안 나의 여행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이었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을 통해 체득한 여행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기획하여 실천하는 실습 여행을 했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에 참여한 동문과 함께 1박 3식 거제 이수도를 다녀왔다. 이수도 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어촌 지원 사업에 숙박과 식사를 하나로 합친 `이수도 1박 3식'이란 차별화된 관광숙박 상품을 응모하여 채택되었단다.

거제 시방선착장에서 승선하여 7분여 거리의 작은 섬 이수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점심 밥때다. 상이 푸짐하다. 회와 전복, 가리비, 멍게, 소라, 굴, 돌문어 등 10여 가지가 넘는 싱싱한 해산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충청도 촌놈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입안 가득 바다 향이 물씬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수도 둘레길을 걸었다. 경사가 완만하여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느릿느릿 감상하며 거닐었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줄기가 운치를 더한다.

해맞이 전망대를 향해 갔다. 주변이 금계국 천지다. 노란 꽃이 빗방울에 젖어 더 노랗다. 노란 꽃 숲에서 바라본 이수도 선착장의 풍경이 빗속에 고즈넉하다.

물새들이 바위섬에 앉아 파도의 장단에 고개를 끄덕인다. 절벽에 부서지는 거친 파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천둥벌거숭이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파도에 휩싸여 부서진다. 체면과 자존심에 옹졸한 나의 객기를 다독이며 바다를 바라본다. 무심히 출렁이는 바다처럼 삶의 바다에서 먼저 가슴을 열고 정겨운 사람과 즐겁게 출렁이어야겠다.

물새 전망대를 지나 잘 조성된 사슴 길을 따라 걸으니 천길 협곡의 출렁다리가 아찔하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다. 조심스레 출렁다리를 건넸다. 나의 인생길도 어려운 길만 있었던 것도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격동의 세월 잘 버티고 견뎌온 삶이 대견하다. 멀리 섬과 섬을 어어 놓은 웅장한 거가 대교 위로 70년 인생 추억이 달려간다.

섬을 둘러보고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밥때다. 저녁 밥상에 생선구이와 튀김 요리, 나물 반찬이 나왔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해산물의 감칠맛에 황홀하다. 식사 후 해 질 녘 이수도 벽화마을과 선착장 등대까지 산책했다.

다음 날 아침 굴비, 젓갈, 꽃게장, 멸치볶음, 채소 등 다양한 반찬이 훌륭하다. 백합탕의 깊은 맛이 설친 밤잠을 깨운다.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수도에서는 먹을거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삼시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이수도 1박 3식' 여행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다.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수도 여행에 대한 막연한 설렘이 행복으로 바뀌었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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