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블랙홀
의대 블랙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5.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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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의사 자격증은 한국 사회에서 황금 티켓인가?

`의대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들이 의대로 몰려가고 있다. 의대 쏠림 현상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초등 의대반까지 성행하고 있다. 의대 광풍에 오죽하면 독도나 마라도에 의대가 생기면 서울대도 포기하고 몰려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학 신입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 재수를 위해 빠져나가는 것도 애교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의대반에서 고등 수학을 풀어야 하는 현실. 의대 진학이 교육의 목표로 변질된 우리나라 교육은 길을 잃었다.

학생들의 꿈은 처음부터 의대가 아니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2022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을 보면 초등학생의 희망직업 1위는 3년 연속 운동선수였다. 의사는 교사, 크리에이터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중학생 희망 직업 1위는 3년 연속 교사였고 의사는 2위였다. 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 역시 3년 연속 교사로 나타났다. 이어 간호사, 군인, 경찰관·수사관,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 뷰티디자이너에 이어 의사는 고등학생 희망 직업 7위였다. 문제는 초등학생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소득 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직업 선택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비율은 2020년과 2021년 7%대에 그쳤지만 2022년엔 15.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직업 선택 이유 1위는 초·중·고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를 꼽았다.

희망직업 1위로 학생들은 운동선수, 교사를 원했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의대라면 지방이어도 상관없다.

종로학원이 최근 초·중학생 학부모 1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과를 선택한 비율이 88.2%로 집계됐다. 특히 이과 선호도는 중학생 학부모(84.4%) 보다 초등학생 학부모(92.3%)가 높았다. 자녀가 이과일 경우 학부모 44.0%는 가장 보내고 싶은 대학으로 서울대나 카이스트가 아닌 의대(지방권 포함)를 선택했다.

의대 블랙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높은 수입과 은퇴가 없는 전문직인 데다 사회적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2021 한국의 직업정보'를 보면 평균 소득이 높은 직업 20개 가운데 의사 직군은 성형외과의사(1억3863만원), 정신과의사(1억2287만원), 내과의사(1억2176만원)을 비롯해 14개를 차지했다. 초임 소득이 높은 직업 20개에도 의사 직군은 11개가 포함됐다. 직업 만족도가 높은 직업 역시 치과의사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의사 직군이 다수를 차지했다. 직업별 만족 개별 분석에서도 사회적 평판, 직업안정성, 발전가능성, 근무조건, 급여만족도, 상사만족도 모두 보건·의료직이 가장 높았다. 반면에 직업세계 변화가 가장 높은 직업군은 연구직 및 공학기술직으로 나타났다.

누구의 꿈인지도 모른 채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 지옥에 갇힌 학생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청소년 상황 등을 조사한 `2023 청소년 통계'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41.3%)이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청소년 28.7%는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인 모 기업 대표가 물었다.“일본에서 수두룩하게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가 우리나라에서 왜 안 나오는 줄 아느냐?”라고. 그가 말하길“우수한 인재가 일본은 이공계로 가지만 우리나라는 의대로 가기 때문”이란다.

부모의 꿈이 곧 자녀의 꿈인 세상. 부모들이 자녀의 직업과 미래까지 결정해 주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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