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의미있는 소통을 넓혀가는 곳”
“사람들과 의미있는 소통을 넓혀가는 곳”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3.05.2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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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안내면 '카페 토닥'

 

안내면은 옥천군의 북동쪽으로 보은군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마치 불가사리 모양인데, 가까이에 가산사, 후율당, 안남면의 중봉묘소가 있으니 조헌선생의 학문과 기개가 서려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면의 중심지 현리에는 초등학교와 관공서가 있다. 현리는 고려 때까지 이곳에 현의 관아가 있었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2017년, 마을 진입로인 현리교를 지나서 좌측으로 `카페 토닥'이 들어섰다. 다방이라면 모를까 카페라니 시골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주인공은 안내면 월외리에서 2남3녀중 막내로 태어나 2016년에 귀향한 청년 이종효씨였다.

안내초중, 옥천고를 거쳐 그림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는, 군제대 후 `청년창업500 프로젝트'에 당선, 벽화 그리기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여세를 몰아 대학졸업 이듬해인 2015년에는 상경하여 뮤지컬 무대를 장식하는 회사에 취업, 밤낮을 모르고 정신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2016년 며칠 짬을 내 고향집에 내려왔다. 그때 서울의 정신없던 일상과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상이 교차되면서 삶의 전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고민의 끝은 전격귀향.

처음에는 고향 떠난 형, 누나들을 대신해 부모님의 딸기농사를 도우며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인에게 딸기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딸기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다른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2017년 3월 보증금 100만원, 월세 15만원에 20평 남짓의 공간을 임대했다. 그것이 생활밀착형 마실공간 `카페 토닥'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드립커피만 고집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커피머신을 장만할 여력이 없어서였다. 또한 연세 지긋한 고령층을 겨냥하여 믹스커피에 우유, 얼음을 섞어 만든 일명 `맥심쉐이크'를 개발하였는데 이 메뉴는 특히 농번기에 불티가 났다. 그리고 메뉴에는 없지만 모교인 안내초 학생들만의 핫메뉴, 멜론시럽에 사이다를 섞은 `멜사'의 인기도 여전하다.

매일 아침 수확한 딸기를 이용해 만든 시그니처, 싱싱한 생딸기 쥬스와 라떼는 5000원, 핸드드립한 아메리카노는 3000원 그리고 맥심쉐이크는 2500원이니 가격 또한 착하다. 게다가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을 할인해 준다. 커피는 직접 고안한 토닥블렌딩. 적당한 바디감에 처음은 구수하고 후미에 약간의 쥬시한 맛을 구현했다. 싱글커피도 구수한 향미의 안티구아를 많이 찾는다.

그 와중에 유튜브가 인연이 된 부산 출신의 아내를 맞아 2020년 11월 결혼에 골인, 이듬해 첫째 지윤을, 그리고 올 3월에 둘째 윤우를 낳았다. 커피가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고 두 아이까지 얻어 한 가족을 이루었으니 인연이란 참 묘하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현리의 `카페 토닥'에서 만나는 이종효씨는 늘 분주하다. 처음 카페를 오픈할 때는 혹여 망하게 되면 통닭집이라도 하려고 이름을 토닥으로 지었다고는 하지만 카페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카페 일 외에도 틈틈이 젊은이 부족한 고향마을에서 청년네트워크, 주민자치위원회, 한농연 그리고 전공을 살린 벽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가까운 미래 모두가 편하고 여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고향마을을 만들기 위해 `카페 토닥'을 통한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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