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를 양성하는 고등학교
단재 신채호를 양성하는 고등학교
  • 이동갑 한국교원대 겸임교수
  • 승인 2023.05.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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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동갑 한국교원대 겸임교수
이동갑 한국교원대 겸임교수

 

단재 신채호 선생은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충북 교육의 모델이다. 그래서 충북은 교사연수원마저 단재교육연수원이다. 단재고등학교를 만들려는 가장 큰 목적은 단재 신채호 선생과 같은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함이다. 정부의 고위 관료가 되어 중앙부처에서 쪽지 예산으로 자신의 고향을 지원하는 비루한 관료의 양성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단재 고등학교는 입시 명문고나 영재학교가 아니다. 단재철학의 정수인 `아(我)와 비아(非我)의 상생과 성장을 위한 주체적 자기 실현'을 교육 비전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아가 사회적 공익과 공동선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진천의 서전고등학교와 함께 청주의 단재고등학교는 충북 도민의 드높은 기개와 애국충정을 상징하는 교육의 요람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충북의 교사연수를 담당하던 단재교육연수원에는 단재 선생의 삶과 철학, 독립운동의 여정과 그 후손들의 삶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토론하는 연수가 부족하였다. 단재가 없는 단재교육연수원에 이어 단재가 없는 단재고등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필자는 단재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과목으로 단재의 생애, 단재의 철학, 단재의 독립운동여정(현장실습 포함), 단재의 저서, 단재 후손과의 만남, 세계의 독립운동사 등이 선택과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성균관 박사에 임명되었으나 다음날 사직하고 단발을 결행한 뒤 낙향하여 계몽운동을 시작한 것은 1905년 26세 때의 일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과 그 길을 가는 것은 일반학교의 틀 안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대안교육이 필요하였다. 충북대안교육연구회는 2018년에 만들어져 단재 선생의 정신을 이어갈 인재를 기르고자 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2020년 6월 교육부의 교육과정 사전 공모제에 당선되었고 교육과정을 포함하여 자체투자심사 및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것이 2020년 12월이다. 단재고등학교의 교육공간은 대안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설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단재고등학교는 2024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충청북도교육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개교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첫째 교육과정 준비가 부족하다. 둘째, 대학 입시에 불리한 교육과정이다. 셋째, 교원 충원계획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교원의 충원은 연구회 교사들의 몫이 아니라 교육청의 몫임을 상기하고자 한다. 교사들만이 교육과정의 전부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전문가들과 전국의 민족교육에 뜻있는 인재들을 초빙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준비하고 계획하며 땀과 눈물을 흘린 교사들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소중한 자원을 버리는 자해 행위에 다름 아니다.

개교 1년을 연기하는 것으로 인해 입학을 준비하고 기대하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염원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단재 선생이 자랑스러워할 대안학교 하나를 만드는 일에 충북교육과 도민의 역량이 시험대에 서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충북교육청과 도의회, 교육위원회와 지역사회는 단재고등학교의 정상 개교를 통해 충북의 드높은 기상과 희망을 증거하라. 미래의 단재 신채호를 오래 문 밖에 세워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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