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
승부의 세계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23.05.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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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김용례 수필가

 

지상의 모든 것들이 활기가 넘친다. 마당에 나무들도 한껏 힘을 자랑하고 있다. 3년여 입을 가리고 다니던 마스크 없이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니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빈다. 나도 덩달아 바쁘다. 격일로 파크골프를 치러 다닌다. 지금까지 운동은 걷기, 가끔 등산하기 뭐 이런 누구와 겨루는 경기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한 시간이었다. 겨루기방식의 운동은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순 넘어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엔 소고삐 끌려다니듯 끌려다녔다. 공도 제대로 못 치고 헛스윙을 많이 했다. 몇 달 만에 헛스윙하는 것은 면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남편은 두둠바리 인줄 알았더니 운동도 잘한다면서 자꾸만 부추긴다. 나는 고래도 아닌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신선함도 있지만 두려움, 어색함, 불편함, 이런 요소들이 있다.

그럼에도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인생을 흥미롭게 한다. 운동엔 소질도 흥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서 승부욕이 꿈틀거렸다. 남편하고 점심내기 시합을 하면 번번이 패했지만 이것도 시합이라고 한 번 이겨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누구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겨야 내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기는 걸 못하므로, 그러면서도 패하면 그것 또한 좋은 기분이 아니므로 나는 승부 게임을 은근히 피하는 편이다.

체육시간에 단체게임도 지고 나면 속상한데 개인전에서 패하고 나면 그 쓰디쓴 느낌, 그 상실감이 싫어 지금까지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꺾어야 내가 이기는 그 시간의 불편함. 당당히 이겨도 패한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패하는 것도 싫으니 이래저래 승부겨루기는 편치가 않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이 어디 그러한가. 늘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아간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부게임은 피하는 것 그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대표선수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생활체육대회 청주시 대표를 선발한다는데 나는 감히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매일 함께 게임을 하는 일행들이 다 같이 예선전에 나가보잖다. 나는 손사래를 쳤지만 대중에 밀려 또 일을 냈다. 그런데 내가 선발되었다. 청주시 대표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내가 뛰고 있다. 승패 상관없이 하루 즐기고 오자고 하지만 사람마음이 어디 그런가.

운동을 하다 보면 어떤 날은 미친 듯이 잘 되다가도 어떤 날은 포기해야 하나 할 만큼 안 되는 날이 있다. 숨어 있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성격 탓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승부욕이 있다. 승부욕이 없다면 해탈한 자이거나 죽은 자일 것이다. 어찌 보면 승부욕이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행들과 게임을 하면서 내 실력도 성장했다. 승패를 좇기보다는 순간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있다. 언제쯤이면 욕심 없이 즐기기만 할 수 있을까.

운동시간에는 잡념 없이 오로지 그 순간을 즐기므로 정신이 맑아진다. 홀컵으로 공이 들어가면 짜릿한 괘감이 있다. 내가 운동에 이렇게 진심이었나 싶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승부의 세계, 이 여름처럼 뜨겁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 그 너머 저쪽엔 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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