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유아독존
천상천하유아독존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05.25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 즉,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며, 삼계의 모든 고통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탄생 게를 외치셨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께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일반인들과 달리 경이로운 신통력을 갖추고 계셨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부처님에 대한 맹목적 믿음만을 증폭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그와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며 비난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부처님께서 탄생 게를 통해 외치신 나만 홀로 존귀하고 내가 마땅히 삼계의 모든 고통을 편안케 하겠다는 가르침과 관련, 간과해서 안 될 것이 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자마자 당신만이 인천의 스승으로 최고 존귀하며, 당신만이 삼계의 고통을 편안케 할 수 있다는 아만(我慢)을 드러낸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누구도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 너희를 편안케 하리라”는 성경 말씀도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와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으로, 예수님만이 길이고 진리며 생명이라는 가르침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하늘 위 하늘 아래 홀로 존귀한 `나'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길이고 진리며 생명인 `나'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일까?

교학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통해 그 전지전능한 `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짓는 마음이 바로 천상천하유아독존하고 길이고 진리며 생명인 `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모든 인간이 전지전능한 마음을 간직한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서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스스로가 크게 죽어 크게 거듭나지 않으면, 그 어떤 가르침과 주의-주장도 생각 노름이고 주견 노름일 뿐이다. 부처님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를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주여 주여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는 실존적인 삶을 살아내야 한다.

하늘 위 하늘 아래 홀로 존귀하고, 길이고 진리며 생명인 `나'를 깨닫기 위한 모든 행위가 바로 수행이고 모든 종교인이 친히 밟아 이르러야 할 궁극의 목적지다.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처님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늘 위 하늘 아래 홀로 존귀하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나'가 부처님과 예수님 당신들만을 지칭한 말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선언한 것이란 사실이 지구촌 전역에 널리 널리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깨달음으로 이끄는 선가(禪家)의 화두 중 하나인 무문관 45칙을 소개한다. “동산연사조왈(東山演師祖曰) 석가미를(釋迦彌勒) 유시타노(猶是他奴) 차도(且道) 타시아수(他是阿誰)”. 동산 오조 법연 선사가 이르길, 석가나 미륵은 다른 이의 종이다. 일러 보라, 석가 미륵, 예수 하느님조차도 종으로 부리는 `다른 이'란 누구인가? 그가 누구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 크게 깨달은 뒤,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는 눈 밝은 각자, 도인, 군자, 심령이 가난한 자가 지구촌 전역에 넘쳐나길 서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