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5.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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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필자가 변호사로서 의뢰인으로부터 일을 받는 유형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전형적으로, 피소(被訴)를 당했다고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변호를 요청받거나 이외 민사소송 등을 제기 당한 피고로부터 사건을 수임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변호사가 가장 정형화된 유형으로 사건을 수행하는 방법입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처럼 이미 정해진 기관에서 최선을 다해 방어권을 행사해서 무죄 또는 원고 청구 기각을 위해 권리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받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형사사건에서 고소인이 되거나 민사사건에서 권리를 청구하는 원고가 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고소장과 다양한 유형의 소장 제출을 의뢰받아 사건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위 경우처럼 정형화되어 있는 유형입니다.

보통 초기 상담을 통해 대략적인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사건 선임을 결정하면서 구체적인 변호사 수임료를 정합니다. 이는 의뢰인과 변호사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이에 기해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이 되어 의뢰인을 대신하여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유리한 결과를 의도합니다.

변호사 수임료(또는 선임료)는 위임계약에 의한 보수이기 때문에 국가가 규율함이 없이 협의에 의해 청구금액, 사건의 난이도, 업무관행 등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정합니다.

판결 후 소송비용은 패소자 부담이 원칙이고 이 소송비용에는 승소한 당사자가 들인 변호사 수임료, 법원에 납부하는 인지액과 송달료 등을 포함하는데 실제 지출한 수임료를 패소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동 규칙의 계산방식에 따라 패소자부담을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의 계산에 따른 변호사 보수가 패소자가 부담하여야 할 소송비용이므로 이를 근거로 의뢰인에게 사건수행에 들이는 변호사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 수임료처럼 나름의 노력을 평가받을 수 있으면 늘 참 좋지만 필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 일이 몰리고 밀립니다.

이미 확정된 사건의 기록을 한 박스 갖고 와서 재심이 가능하다고 하니 검토해달라, 정해진 국가기관도 없이 억울하니 변호사님이 민원을 해결해달라,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도 부족한 자료 몇 개를 보내고 무엇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 변호사 상담을 무슨 쇼핑하듯이 요구하고는 시간만 잡아먹고 결국 돈이 없으니 혼자 진행하겠다 등입니다.

검토할 의무가 있도록 시간과 비용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의사 진료는 몇 분만 해도 진료비가 나오지만 변호사는 최소 30분 내외여야 충분한 상담이 되는데 상담료를 무료로 인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충실한 상담만 이루어져도 의뢰인의 고민이 방향성을 잡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말입니다.

이래서 사건수임으로 이어지는 상담은 무료이지만 별도 상담은 전문적 지식 서비스이기 때문에 상담료 지급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건을 이기면 이길 사건을 갖다준 의뢰인 덕분이고 사건에 지면 무능한 변호사 때문이라는 표현이 틀린 말인 걸 알지만 매우 공감이 가는 편입니다. 이 세상이 혼자 되는 것은 없으니 사건을 이기면 변호사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고 사건에 지더라도 사건을 만든 당사자의 편에 서서 함께 싸워준 것으로 겸손해하면 어떨까요?

“변호사님,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그냥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사는 법률상인이 아니지만 자기 지갑 아끼자고 “인권변호사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례한 일입니다(요즘 시대는 `공익변호사'라는 말이 맞습니다).

송사(訟事)라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불편하고 위기의 순간일 것인데 서로 예와 도리를 지키며 힘들 때 내 편인 변호사에게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다면 참 기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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