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끼빠빠
낄끼빠빠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5.23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대헌의 씨앗 한 톨

언젠가 딸내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틀어놓은 음악이 흘러가는 중에 뜻을 아는 노랫말 하나가 귀에 들어왔다.

낄끼빠빠라는 말이었다.

모처럼 쾌재를 불렀다. 랩 스타일의 노래들은 당최 뭔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노래 제목을 물어보니, MC몽의 노래 `인기'라고 했다.

낄기빠빠라는 말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줄여 이르는 말로 모임이나 대화 따위에 눈치껏 끼어들거나 빠지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라고 알고 있다.

글자의 수를 줄여 간략하게 나타낸 말인 축약어(縮約語)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축약어는 해당 집단이 공유하는 정서와 문화적 코드를 보여 준다고 하지만, 축약어가 사용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려고 그 뜻을 찾아보게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답답할 정도로 둔한 구석이 많은 나와 같은 586세대가 축약어로 무장한 MZ세대를 쫓아가기엔 턱도 없는 노릇이겠지만 낄끼빠빠가 나온 김에 생각나는 대로 다른 말들도 적어보고 싶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안물안궁(안 물어보았고, 안 궁금하다),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못미(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 말잇못(말을 잇지 못하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위의 말들은 이미 인터넷 어학사전에도 나오는 유행어들이다.

원활한 관계와 소통을 위해 낄끼빠빠를 잘하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