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도 땅에도 딛지 못하고
하늘에도 땅에도 딛지 못하고
  •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04.23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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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퇴근길, 빨간불에 멈춰 선 차 안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었던 소망과는 달리 눈에 들어온 건 현수막 한 장. 출산을 장려하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는 원색으로 위풍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누구나 다 혹할만한 금액도 적혀 있었다. 물론 출산이 전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인구절벽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이 나라가 저렇게 절박하게 외치고 있으니, 출산을 전제로도 한번 생각해 본다. 정말로 저 정도의 지원금을 받으면 출산할 생각이 들까? 저 정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의 꼬리가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을 당시 받았던 육아휴직 수당까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터무니없던 금액. 정말 한 달 기저귀, 분유만 사면 통장이 텅장이 되는 마법을 일으켰던 그때 그 당시 육아휴직수당 제도. 그 시절을 생각하니 만약 저 제도가 지금이 아닌 그 시절에 시행되었다면 조금 더 기쁘고 안심되는 마음으로 둘째를 낳았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 아이가 크는 것이 하루하루 아쉬운 나조차도 현재 정부에서 제시한 지원금의 두 배를 준다고 해도 더 이상의 출산은 엄두가 안 나는데, 더 젊은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세대가 과연 설득될까. 그저 한숨이다.

차를 주차하고 나니 이번에는 휴대전화를 통해 충격적인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보다 화려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던 한 아이돌 멤버의 자살 소식이다. 사실 유명인의 자살은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비보이지만 괜스레 마음이 더 울컥했던 이유는 고인의 나이 때문이었다. 채 서른 살을 살지 못한 스물 몇 살의 젊은 청년. 이십몇 년을 살면서 어찌 인생이 녹록했겠냐마는 그래도 삶을 포기할 정도로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 퇴근 시간이 모순된 두 외침으로 얼룩져 기분이 우울했다. 한쪽에서는 젊은 생명이 너무도 허무하게 하늘에 별이 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은 잘 버티고 있는 또 다른 젊은이들에게 돈 줄 테니까 애 낳으라고 외치고 있는 이 현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우리 청년들이 너무도 짠하고 안타깝다. 당연히 임신하고 출산하면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거국적으로 지원해준다고 결정을 내린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우선순위가 돈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이 아니라 이 나라는 청년들을 살펴야 한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아 땅에서도 제 발로 제대로 딛고 살아가지 못하고 항상 불안함과 초조함에 벌벌 떨고, 그중에 일부는 결국 쌓여가는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제 발로 하늘로 갔기에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 것만 같은 우리 청년들의 삶을, 마음을, 몸을 먼저 감싸줘야 한다.

청년들이 스스로 안정이 되고 이 나라에 내 피붙이를 놓고 싶은 마음이 들면 굳이 출산하면 가산점을 주고 지원금을 주고 하다못해 국가유공자까지 만들어 준다는 휘황찬란한 조건을 안 붙여도 알아서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몇 년 전 아이들을 다 데리고 동반 자살한 사건이 한 기사를 통해 재조명된 것이 보인다. 이미 태어난 목숨조차 버려지고 있는데 출산을 권고하는 이 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삶의 터전이 될지 또 하나의 어두운 의구심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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