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영의 시가 있는 그림
오혜영의 시가 있는 그림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04.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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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늘 그림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그림으로 나타내기에 즐겁고 신이 납니다.”

이순의 나이에도 매일 실험하고 연구하는 온그림 속에서 사는 화가 오혜영.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고민하고 생각해 답을 찾아낸 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자연에서 출발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이어진다. 그 빛을 우리나라 전통딱지에 접목하고 점, 선, 면, 구성 등으로 나눠 회화의 기본요소를 담아 작업하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가 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들에 나가 작은 꽃들을 관찰하길 좋아했다는 그는 꽃에서 자연의 순리를 엿보게 되어 자신의 마음과 꽃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꽃 저 꽃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에너지가 살아 있음을 가슴 벅차게 느꼈다는 그는 나타나고 사라지는 꽃의 심성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살려내 하나의 그림작품으로 완성했다.

그의 그림이야기 가운데 있는 `내 삶은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요리하고, 교육하고, 일상생활이 봄꽃 같은 창조의 시간이었다'는 시에서 화가와 꽃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는 `꽃이 춤추다 에서 `언제나 다소곳한 몸짓으로 웃고 있거나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을 쓰다듬듯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들어오고 들꽃은 내 앞에서 춤을 춘다.'했고, `꽃'에서는 `해마다 똑같은 꽃은 피건만 작년 꽃은 올 꽃의 어머니요, 올 꽃은 내년에 다시 피어날 새 꽃의 어머니이다.'라고 했다. 피고 지는 꽃과 태어나고 죽는 사람의 운명을 돌고 도는 윤회사상으로 꽃 그림과 함께 적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그의 그림이 색채를 이용한 음악 소리와 비슷해 아름답고 매혹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게 해준다. 늘 아이처럼 재미있고 유연하게 노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그는 선을 긋다가 내 그림에 놀러 온 그림자를 보아 그림자에 앉을 자리를 내주었다는 의미로 하늘에 빛의 그물을 수놓듯이 그림으로 표현했다.

사진을 빛이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듯 태양이 구름 속에 있으면 그림자는 옅어지고 매 순간 그림이 바뀌는 `빛이 그린 그림'이다. 줄무늬 문양을 이용한 Calmline와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신비스러운 효과를 드러낸다.

이러한 그림에 붙인 시에서 `혼자면 온전한 색으로 크기도, 색상도, 성질도 제각각으로 고유할 것이며 주변 사람들과 서로의 빈 구석을 맞물려 주고받고 고정된 채 하나의 판으로 맞닿아 서로에게 단단한 결속과 조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이 그린 그림에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이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 같아서 그림 제목을 `동심' 그로 정했다고 한다.

작업하며 재미있게 놀다가 결국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순수하고 정이 많은 화가임이 분명하다.

우리 마음에 진하게 와 닿는 그의 그림이 어떻게 생겨날까. `올 초여름 주방 창 앞 나무에서 맴~맴~맴~맴~맴미~~~~ 쓰윽 창문을 닫으니 싸~악 사라지는 소리…. 짧은 느낌을 적고, 그날 하늘을 살피고, 그날 언 듯 언 듯 비치는 구름이, 그날 한 줄 소리가 나에게는 그림이 된다.'

시에서 어느 순간도 필요하지 않거나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는 그의 열정이 화가로서의 삶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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