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넘어 공감으로
이해를 넘어 공감으로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3.04.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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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민간단체에서 1972년부터 개최해오던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왔습니다. 사전에서 `장애인의 날'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

위에 나온 정의 때문인지 그동안 학교나 사회에서는 `장애 이해 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매년 4월이 되면 학교에서는 학생이나 교직원을 대상으로 `장애 이해 교육' 혹은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루어진 교육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이루어지는 시간적 문제도 있지만 `이해'라는 말부터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장애 이해 교육'을 `장애 공감 교육'이라고 바꾸어 부르자고 주장해왔습니다.

며칠 전,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홍보물을 보고 감동했어요. `장애 공감 포스터 공모전'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드디어 용어가 바뀌었다는 생각에 홍보물을 보며 혼자 웃었습니다.

공감이나 이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공감과 이해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십수 년 전, 학교에 장애인단체에서 강사님들이 오셔서 학생들에게 장애 이해 교육을 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를 이용해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활동, 휠체어 타고 강당에서 이동해보는 활동을 하고 난 후, 한 아이가 일기에 이렇게 썼어요.

`오늘은 장애인 놀이를 했다. 재미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때부터 `이해'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저도 잠시 눈 가리고 지내보기, 휠체어 타보기 정도면 장애인의 상황을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그 후로 저는 교실에서 `장애 공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 정도 학생들과 장애 체험 활동을 합니다. 눈 가리고 종일 공부하기, 모든 대화를 글로 써서 하기,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손 사용하지 않고 하루 지내기 등의 활동을 합니다.

처음엔 놀이로 여기던 아이들이 오후가 되면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만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저는 이때부터 공감하는 마음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모든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 학생들의 소감을 받아보면 대부분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많습니다.

몇 분 정도 눈을 가리거나 휠체어 잠시 타보는 활동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반응입니다.

장애 공감 활동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극복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가 있든 없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요”

장애인의 날을 정의하는 말에 나와 있는 `장애인의 재활 의욕 고취'라는 말에 반대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이 장애인의 날에 재활 의욕을 고취할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상황을 공감하며 공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장애인의 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는 오늘, 서로를 존중하며 공감하는 마음의 싹을 틔울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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