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의 또 다른 얼굴
무심천의 또 다른 얼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4.0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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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은 청주의 상징이다. 오래된 도시의 형성과 발달이 강가 주변에 형성되었던 것처럼 천년고도 청주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도 무심천이다.

그런가 하면 도심 환경 측면에서 무심천은 바람의 길이기도 하다.

도심이 빌딩 숲으로 변해버린 번화가에서 탁 트인 무심천은 탁한 공기를 자연적으로 환기시켜주는 거대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빌딩 숲에 갇혀버린 나쁜 공기를 무심천이라는 거대한 물길이 바람 길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오래된 도시나 위대한 문명의 발상지는 강을 끼고 발달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강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 등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 문명의 발상지는 큰 강 유역에 자리 잡았고, 교통이 편리하고, 농업에 유리한 물이 풍부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물길이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일수록 물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물은 모든 생물의 생존을 좌우한다. 많은 무리의 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면서도 물길 따라 이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물은 영원한 삶의 현장이다.

청주 도심을 관통하는 무심천은 청주시민의 젖줄이다.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의 생명을 책임질 물길이라는 데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만큼 소중한 자원을 생활 가까이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자연의 큰 혜택이다.

지난 주말 무심천은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시간을 보냈다.

20~30년 자란 벚나무와 개나리가 물길 따라 일제히 봄꽃을 피우며 천변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365일 중 10일가량 볼 수 있는 무심천 미인도를 올해는 비도 오지 않아 온전하게 꽃띠 행렬을 선물로 받았다.

3월 말부터 개화를 시작한 벚꽃은 지난 2일 절정에 달했다.

하루가 다르게 꽃놀이 인파가 늘었고 벚꽃개화에 맞춰 열린 청주예술제와 푸드트럭축제에는 밤낮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젊은 청춘들은 청춘대로 놀며 노래하며 무심천을 즐겼고, 어른은 어른대로 걷고 운동하며 무심천을 기꺼이 즐겼다.

밤 벚꽃놀이를 하려고 무심천에 나가면 청주에 이렇게 많은 청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젊은 열기로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야외행사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라는 분석도 있지만, 무심천 벚꽃이 유명세를 타면서 매년 겪었던 일이다. 다른 어느 해보다 개화시기와 축제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효과로 나타났을 뿐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많은 사람이 무심천을 찾을 것이란 점에서 또 다른 무심천의 얼굴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무심천을 찾는 이유는 세대와 계층, 직업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주는 유럽의 광장문화처럼 정서적, 예술적 공감과 공유의 장소가 없다.

특히 청춘들에게는 자유롭게 만나 문화와 예술을 교류할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부족한 공간을 무심천에서 찾는다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프랑스가 파리의 센 강변을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듯, 무심천을 구간별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소중한 무심천을 사랑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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