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의 위상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
예술단의 위상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3.27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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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도립교향악단 임헌정 지휘자의 첫 취임 연주회가 지난 23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고향에서 지휘자로 임기를 시작하는 무대인 만큼 임 지휘자의 감회도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객들 역시 인지도 있는 지휘자의 취임에 공연에 거는 기대도 컸다.

임 지휘자의 첫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실력 있고 노련한 지휘자의 면모가 오케스트라 연주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였다. 지난해 연말 공연 무대를 선보였던 그 팀이 맞느냐고 묻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소리는 섬세했고 악기들의 음의 조화도 훌륭했다. 지휘자의 리더십에 따라 같은 연주자들이 새로운 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임헌정 지휘자는 청주시립교향악단에서도 탐을 내던 예술감독이었다. 실력도 갖춘데다 청주 출신이니 누구보다 적임자였다. 실제 5~6년 전 예술감독 직을 제안했으나 당시 타 지자체 교향악단을 맡고 있던 터라 제안으로 끝났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충북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추천제였지만 초빙 형태가 된 임 지휘자의 발탁은 김영환 도지사가 도립교향악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취임 연주회는 7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웅장한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선사했다. 2009년 출범한 충북도립교향악단이 14년 만에 교향악단으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예술단의 위상은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립교향악단의 전임 감독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데에는 예산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챔버오케스트라로 출범한 도립교향악단은 20여명 단원으로 시작해 지금도 정단원이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던 연주자들에게 걸맞은 활동의 기회를 주지 못하는 구조다.

임 지휘자의 취임은 도립교향악단이 거듭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돼야 한다. 도는 시·군 순회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었던 도립교향악단의 태생적 한계도 확대하고, 지역 순회연주회와 더불어 도립교향악단으로의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로 단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공연 마련도 시급하다. 도립교향악단이란 이름에 걸맞게 활동의 범주를 넓혀주는 것도 도에서 할 일이다. 지금의 예술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지휘자를 모셔와도 좋은 연주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러려면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충북의 문화예술정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것도 예산에 인색했던 것이었음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도립교향악단에 이어 도립극단 창립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영환 도지사나 도의회가 도립극단 창립에 긍정적이란 점에서 충북을 대표하는 극단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어렵다는 재원도 도지정예술단 운영에 사용했던 4억원의 연간 사업비를 도립극단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연극계도 도립극단 운영에 따른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술감독과 단출한 사무국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문화재단에 사무국을 두고 기획에 따라 프로젝트 배우로 뽑는 형식이라면 연간 5억~7억원이면 운영에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도립교향악단과 도립극단이 운영되면 최소한 2~30억원은 매년 들어가야 한다. 도민의 세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운영예산 못지않게 충북을 대표하는 예술단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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