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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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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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중고등 학생들 옆을 지나다 보면 나누는 대화를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신조어, 인터넷 용어가 생소하니 결국 나이 탓을 한다.

식당에 가도 커피숍에 가도 키오스크를 만난다. 기계 앞에서 머뭇대면서 눈치도 보인다. 편리한 기계 앞에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 그 속에서 외딴 섬에 놓인 듯 서글프기도 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공직사회 세대 가치관 변화와 조직혁신' 연구보고서를 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점심은 부서원과 같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5점 척도)서 MZ세대는 2.23점, 기성세대는 2.70점으로 MZ세대가 더 부정적 경향을 보였다. 업무태도에서는 `공식업무 시간이 아니면 업무 연락을 하거나 받지 않는다' 문항에서 MZ세대는 2.77점으로 기성세대(2.51)보다 높았다.

`부서원 간에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MZ세대는 3.44점, 기성세대는 3.70점으로 엇갈렸다. `나에게 손해일지라도 팀이나 조직이 이득을 본다면 만족한다' 문항에서는 기성세대가 3.33점으로 MZ세대(2.94)보다 0.39점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깨어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동료와 함께 보낸다”며 “직장 동료들 간에 리더와 직원 간에 인간적 유대감이 없으면 직원들은 직장 생활에 재미를 못 느끼고 조직은 활력을 잃게 되며 점차 업무성과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세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와 다름을 차이로 인식한다.

강호원 전 교육정책네트워크 영국통신원이 한국교육개발원`교육정책포럼 3월호'에 게재한 `국가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본 영국의 세대통합교육의 사례'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잉글랜드 개정 국가교육과정은 세대차이는 물론 서로 다른 개인적 특성과 상황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통한 협력과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잉글랜드 학교에서는 노인들이 가진 삶의 경험을 수업의 자원으로 활용해 노년층을 교과활동에 직접 활용하는 `세대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선단체인 `버넘 건강촉진재단'이 주도하는 지역기반 세대통합 프로그램`함께 학습하고 공유하기'의 경우 학생들이 노년층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경험담을 직접 듣는 기억공유(memory sharing) 활동에 맞춰 교육과정이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역사와 지리과목에서 2차 세계대전이 미친 영향에 대한 학습 및 연구조사활동이 실시되고 영어(모국어) 쓰기 과목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쓰기 과업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의 지속 운영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 외에도 장·노년층의 기억 공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배우면서 서로에게서 배우는 기회가 늘어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영국이 시행하는 세대통합교육을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학사 일정과 세대 간 만남의 시간과 지원인력 확보 등이 관건이지만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챗GPT를 통해 `기억 공유'를 입력해보니`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강력한 경험입니다. 우리가 누구든,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큰 영감과 응원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답을 내놨다.

감정이 없는 기계도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응원을 준다고 조언하는 데 정작 인간은 타인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는 데 인색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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