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 가진 사람 있어 다행
제정신 가진 사람 있어 다행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3.2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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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자신 일가의 `검은돈' 비리 의혹을 연일 폭로하고 있어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큰아버지는 미디어, 자신의 아버지는 부동산, 작은아버지는 미국에서 수 백억원 규모의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출처 불명의 검은돈으로 호화호식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

자기 자신도 어릴 때부터 수 십억원대의 주식과 지분을 넘겨받은 바 있다고 털어놨고, 중학생 때부터 깨끗하지 않은 돈을 받아 풍족하게 생활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할아버지(전두환)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다”라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쏟아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 내에 설치한 스크린골프장에서 할머니인 이순자씨가 골프를 즐기며 유유낙낙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같은 폭로가 이어지면서 5.18 단체 측은 지금이라도 추징금을 제대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는 전우원씨의 폭로에 대한 진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군형법상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2205억원 중 1280억원(58.1%)은 재산에서 몰수했다. 그러나 남은 추징금 약 900억원은 그가 염라대왕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공중에 떴다.

그는 살아생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골프장을 드나들며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드러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한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 금액의 비자금을 기업들로부터 착취했을 뿐만 아니라 12·12군사반란, 5·18 광주학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역사적 중범죄를 저질렀다.

이 모든 범죄를 함께 획책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안은 추징금을 모두 내고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씨는 5·18 묘역을 찾아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전우원씨의 일가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죽기 직전까지도, 그 이후에도 남은 추징금을 낼 생각이 없을 뿐 더러 12·12군사반란과 5·18 만행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뻔뻔함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의 양심선언·내부고발과도 같은 폭로가 나왔다. 국민들은 전우현씨가 폭로한 검은돈이 추징을 피해 은닉한 비자금의 일부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나마 이제라도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범죄자 가족 중에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 다행이지 않나 싶다.

전우현씨의 폭로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은닉한 검은돈으로 그의 후손들이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면 `전두환 비자금' 의혹은 원점에서 다시 수사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남은 추징금은 물론 검은돈을 한푼도 남기지 말고 몰수해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들이 호의호식하고 있는 검은돈은 제5공화국 시절 국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피와 땀일 수 있다. 그런 돈으로 범죄자 집안이 자자손손 영화를 누리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국가가 범죄를 은닉하는 것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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