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친일파인 이유
그들이 친일파인 이유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3.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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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강제동원 징용자에 대한 배상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피해자들은 일본의 정식 사과와 일본의 전범 기업에서 배상을 받아야겠다고 하고 있으며, 일본은 사과도 할 수 없고 기업에서 배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본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합법적인 통치라고 본다. 일본의 역대내각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하다고 보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라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일본의 조선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한다.

따라서 일본은 강제징용을 조선인의 강제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조선인)이 아닌 한반도 출신 (일본)노동자 문제로 본다. 때문에 전시라는 비상상황에서 자국인이었던 조선인들을 노역에 동원한 것은 강제동원이 아니라고 본다. 이를 토대로 자국 법령에 의한 합법적인 동원에 강제동원이라는 이름을 씌워 배상 운운하는 건 맞지 않다고 일본 법원은 판결했다. 그래서 일본은 강제동원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는 건 위법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으며 이에 따르면 일본의 조선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이다. 곧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배치되는 1938년의 국가 총동원법과 국민 총동원령에 의한 한국인의 동원은 불법으로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일본의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합법적이고도 당연한 처사이다.

이 사안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헌법 정신과 일제의 한반도 지배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일본은 강제동원도 없으니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배상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징용이 불법적인 강제동원이기 때문에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조화로운 해결책은 없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정당한 것으로 볼 것이냐 부당한 것으로 볼 것이냐의 양자택일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치자가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일본이 사과표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배상도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일본에 가서 이를 약속하고 왔다. 이 말을 받아 도지사가 통치자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하며 이를 지지하는 게 친일이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했다. 이 사람의 말은 일관성이 있다. 사과와 배상을 바라지 않는 건 명확히 일본의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하면 그는 명백히 친일파이다. 그가 통치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른다면서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관적이다. 그가 통치자의 주장을 지지하면서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 것은 통치자도 친일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해준 셈이다.

그런데 도지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친일파라는 오명이 싫은지 사과를 했다. 사과의 내용인즉슨 자신은 통치자의 결정은 존중하고 지지하지만 친일파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원래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 결정 자체가 친일적 행각이다. 그런데 친일적 행각을 저질러 놓고 친일이라고 했다가 통치자의 친일적 결정을 지지하지만 친일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친일 행각을 저질렀으니 나는 친일파가 맞다고 하면 그나마 일관성이라도 있지 친일행위를 해놓고 친일파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니 오히려 분노가 치민다. 너무 명확한 친일파적 망동을 저질러 놓고 친일파가 아니라고 말만 하면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갈 정도로 무지몽매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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