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3.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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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박사과정생 수업 시간에 보는 책은 읽기가 좀 까다롭다.

번역한 역자도 `이 책은 치밀하게 조직된 책이요, 또 그만큼 독자에게 지적 인내를 요구하는 책'이라고 평했으니 술술 읽힌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문장 하나하나를 공들여 이해하고 그 문장들이 모여 만들어진 문단과 문단들의 관계를 곱씹어가며 상고해본다고 해도 그 세부 사항까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싶은 그런 책이다.

수업 중 수강생의 한숨이 오가는 가운데 한 학생 눈이 반짝인다. 함의(implication)와 가정(presupposition)의 차이를 구분하는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챗지피티(ChatGPT)'와 유사한 국내 챗봇 서비스에 그 차이를 물었다는 것이다.

제공된 답을 보여주며 책의 설명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단다. 덕분에 쉬는 시간에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인공지능(AI) 챗봇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기까지 했다.

내가 챗봇에게 던진 첫 질문은 `강아지가 사료를 급히 먹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이었고, 기대 이상의 답을 챗봇에게 얻었다. 당장 챗봇이 추천한 사료 급이기를 구입했으니 말이다.

지난 2월 말 미국의`Study International'지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인공지능(AI) 챗봇인 챗지피티(Ch atGPT)는 미국의 유치원에서 12학년에 이르는 모든 학교에서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애틀(Seattle)에서는 학교 기기에서 챗지피티를 금지하였고 학생들이 독창적으로 생각하여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챗지피티로 에세이를 작성하거나 컴퓨터 코딩을 생성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역시 학교에서 챗지피티를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였으며, 이는 학문적 정직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을 밝혔다. 올 초 뉴욕시 공립학교 역시 학습 효과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를 근거로 교내에서 학생과 교사의 챗지피티 접근을 차단하였다.

미국 대학도 변하고 있다.

에세이 과제도 강의실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할 때마다 확인을 받도록 바꾸었으며 일부에서는 챗봇이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학생의 삶과 현재 사회의 이슈 등에 적용하여 쓰도록 하는 과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시험 문제 역시 챗봇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로 출제한다고 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검색에 용이한 챗봇을 자료를 수집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을 학생이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도록 한다는 등 챗봇이 불러온 교육계의 파장은 크다.

사실 미국에서도 학교의 네트워크와 학교 소유 기기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을 차단할 수는 있지만, 학생 개인 소유의 기기나 학교 밖에서의 접근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글을 감지할 수 있는 지피티 제로(GPTZero)나 디텍트 지피티(DetectGPT)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인공지능(AI) 챗봇의 글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2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본 보도자료의 제목은 챗지피티에 의해 작성하였음'이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챗지피티를 정부업무에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이후 나온 첫 사례였다.

정부 업무와 생활 속에서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것과 검색 능력을 포함하여 정보 판단, 활용을 모두 공부해야하는 교육의 단계에서 챗봇을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어떤 결과가 예측되며 어떻게 교육현장에 사용해야 할지 면밀하게 검토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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