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힌 월급보면…" 청년들, 9급 공무원 외면
"통장에 찍힌 월급보면…" 청년들, 9급 공무원 외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3.03.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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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 22.8대 1
2016년 대비 57.6% 하락…31년 만에 최저

"낮은 급여·무사안일…성장 못할까 두려워"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경쟁률이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을 두고 전·현직 공무원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 사이에선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수직적 위계질서와 '무사안일주의' 이미지 등 9급 공무원에 대한 인식 탓에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9~11일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2023년 9급 공무원 선발 인원 5326명에 총 12만1526명이 지원해 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2년에 기록한 19.3대 1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최근 8년간 연도별 경쟁률을 보면 ▲2016년 53.8대 1 ▲2017년 46.5대 1 ▲2018년 41대 1 ▲2019년 39.2대 1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로 7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현직 공무원들은 물론 공시생들 사이에선 크게 놀랍지 않다는 자조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삶'으로 대표되던 9급 공무원의 장점도, 빠른 임금상승과 개인적 성취를 더 우선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발길을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지난해 의원면직을 했다는 최모(27)씨는 "처음에는 저녁이 있는 삶,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점 때문에 도전했었다"며 "하지만 내 통장에 찍힌 월급을 보면서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29)씨는 "업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그에 비해 월급은 턱없이 부족해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이런 정보들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 업무 비효율 등으로 인해 공무원 조직 안에선 개인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온 최진묵(27)씨는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주변 분들이 더 일한다고 월급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면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더라"며 "나도 이런 조직에 있으면 성장보다는 무사안일을 바라는 사람이 될까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접었다"고 했다.



3년 가까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최근 사기업으로 발을 돌린 김준빈(28)씨는 "먼저 9급에 입직한 주변 친구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혀 업무가 달라지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는 것을 보며 공무원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수준의 급여'와 '위계적 관료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사기업에서는 빠르게 연봉을 올리거나 사내 조직 문화를 바꾸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에서는 그렇지 못해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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