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의 지혜
주역(周易)의 지혜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03.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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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주역은 수천 년 동안 동양의 윤리 및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쳐 온 동양 철학의 진수다. 무극(無極)이 태극(太極)을, 태극이 음양(陰陽)을, 음양이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고, 팔괘가 64괘로, 64괘가 384효사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길흉을 점칠 수 있다고 알려진 것이 주역이다. 그러나 주역의 핵심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길흉을 점치는 것이 아니다. 중정무구(中正無咎) 즉, 음과 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는 허물 없는 마음, 지공무사한 태극 일심을 회복해 음양화평(陰陽和平)의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행복한 삶을 누리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주역의 핵심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무극(無極)은 우주 삼라만상의 근본 바탕으로 종교적으로는 하느님의 자리이며 불교의 공(空) 및 노자의 도(道)와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무극이 낳은 태극(太極)은 무심에서 막 발해진 희로애락 이전의 일심(一心) 상태를 말한다. 태극에서 음양(陰陽) 양의가 발현되는데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양은 액셀, 음은 브레이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태음(太陰)과 소음(少陰) 및 태양(太陽)과 소양(少陽)이 음양이 낳은 사상(四象)이다. 태음은 가장 음적인 기운으로 계절적으로는 겨울을 의미하기도 하며 가을의 기운은 소음이다. 태양은 가장 양적인 기운으로 여름을 의미하기도 하며 봄 기운은 소양에 해당된다. 괘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양을 의미하는 이어진 선(─)인 양효(陽爻)와 음을 의미하는 끊어진 선(--)인 음효(陰爻)로 양효와 음효가 상중하로 얽히며 총 여덟 가지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주역의 팔괘다.

팔괘 중에서 가장 양적인 괘는 상중하 모두 양효로 이뤄져 하늘을 의미하는 건(乾)괘고 가장 음적인 괘는 상중하 모두 음효로 이뤄져 땅을 의미하는 곤(坤)괘다. 이 밖에도 물을 의미하는 감괘, 불을 의미하는 이괘 및 바람을 의미하는 손괘, 우뢰를 의미하는 진괘, 연못을 의미하는 택괘, 산을 의미하는 간괘 등이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8괘가 두 개씩 위아래로 중첩되면 바로 주역의 64괘가 된다. 64괘 중에서 천지비괘와 지천태괘 두 괘가 주역의 궁극을 잘 함축하고 있다. 천지비괘는 건괘가 위에, 곤괘가 아래에 위치한 괘로 도모하는 일이 막히는 흉괘다. 하늘이 위에서 군림하고 땅이 아래서 핍박을 받는 모습으로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만 살기 좋고, 가난한 백성들은 힘겹게 사는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지천태 괘는 땅인 곤괘가 위에 자리 잡고 있고 하늘인 건괘가 아래에 위치하면서 음양의 조화가 살아서 꿈틀대며 순환하는 모습으로 도모하는 일이 순조롭게 잘 이뤄지는 대표적인 길 괘다. 가난한 백성들도 대접 받으며 당당하게 살고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도 겸허하게 살아가는 모습의 괘다.

이처럼 주역의 핵심은 음양의 절묘한 조화다.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음양의 조화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살아서 꿈틀대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인생의 나침반이 주역이다. 주역은 지나쳐서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 과유불급의 어리석음을 떨치고 급할수록 돌아갈 줄 아는 여유로운 삶, 즉 음양화평의 행복한 삶을 위해 미현천유(微顯闡幽)를 강조한다. 지나치게 양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을 미미하게 함이 미현이고 지나치게 음적으로 짓눌려 숨어 있는 것을 확 드러내는 것이 천유다. 우리는 길고 긴 인생 여정에서 성급한 마음에 과속하는 일도 없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 제현들이 지혜를 주역의 핵심을 깨달아 때로는 들숨을 길게, 때로는 날숨을 더 길게, 때로는 냉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비판도 하고, 때로는 따듯하게 포용도 하면서,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멋지고 행복한 삶을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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