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2 - 사건이 일어나도 묵인해서야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2 - 사건이 일어나도 묵인해서야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3.03.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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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임페리어 밸리 동물원을 둘러보고 딸이랑 레이디 챈서러 로드를 드라이브 중이다. 맑은 공기와 온화한 날씨, 이색적인 문화는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정상에 올라 포트오브스페인 시내의 정경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딸의 말이 날씨만큼 청량하다. 산길에는 야성미를 드러내며 많은 사람이 운동한다. 건강미 넘치는 그들의 땡글땡글한 몸매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부럽다는 듯 미소를 살짝 던진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운동은 다들 참 열심히 한다. 운동기구를 들고 와 산길 여기저기서 운동에 몰두한다. 2주 전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살인사건이 있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이 길을 가는 딸도 아무렇지 않게 운동하는 사람들도 낯설게 다가온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범죄 도시', `수리남' 등을 보면서 제발 우리 주변에서 어마무시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빌었다. 지금 여행하고 있는 곳이 수리남과 그리 멀지 않는 나라라서 그런지 치안이 좋지 않다. 만약 여행 중에 영화처럼 부지불식간에 사건·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이마저 불감증으로 살아간다면 이 또한 얼마나 불행할까? 카리브해를 여행하면서 치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 중이다.

이곳은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다. 겨우 수십 가구가 사업하며 알콩달콩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수교 이후 건너온 이민자들이다. 주로 미용업과 요식업, 건설업 등에 종사한다. 그들은 사업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참 살기 좋은 나라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치안이 안 좋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총기와 마약으로 사건·사고가 잦아 범죄 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인답게 열심히 사는 그들이 대견하다.

며칠 전 한국인이 강도에게 총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총기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피해자도 경찰도 자신 있게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나라 사정상 피해자는 동양인이라는 점과 제2의 범행이나 보복이 두려워 범인에게 벌을 가할 수 없는 처지다. 경찰 또한 범죄조직단의 보복이 두려워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보고서도 묵인해야 하는 현실 앞에 법과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경찰도 범죄조직단과 연루되어 본분을 잊고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그 나라는 안 봐도 미래가 불 보듯 뻔하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따른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노력 없이 과다한 욕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를 슬픔의 늪으로 몰고 간다.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배려할 줄도 안다. 노력 없이 남의 눈치나 보고 야바위 노릇한 사람들은 타인을 이간질해 문제를 일으킨다. 노력없이 남의 일궈놓은 재산이나 명예를 실직시키거나 타인에게 누명을 씌워 억울함을 품게 하는 것, 또한 나쁜 놈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정당하게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올곧은 정치인이라면 국내외 정세와 민생의 안전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안전하게 사는 나라를 위해서 총기와 마약은 물론 타인에게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범죄는 이념과 조직, 직위를 망라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충성스러운 조국애가 있지, 해적의 잔혹한 유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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