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공감
결국은 공감
  •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03.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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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유난히 추웠던 겨울과 함께 찾아왔던 기나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달력이 또 한 장 넘어갔다. 2023년이 시작되고 벌써 세 번째 달(月)이 지났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3월이 건네주는 부담감에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진다.

우리 민족의 마음 한편, 영원히 무겁게 남겨질 3·1운동의 그날이 지나고 맞이한 3월 2일. 여전히 무거운 내 눈꺼풀을 때리는 눈 부신 햇살에 눈을 떴다.

양옆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아이들, 어수선한 집안 풍경,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남편의 목소리까지 무엇하나 달라진 게 없는 일상이지만 먼저 반응한 심장이 조심스럽게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뛰는 심장 덕에 실감했다. 오늘이 새로운 출발이 이루어지는 날이라는 걸.

그토록 염원했던 두 살 터울을 이루지 못해 올해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둘째 아이는 유치원에 동시에 입학하는 기쁘고도 슬픈 현실을 드디어 마주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새로이 다니게 될 두 기관의 입학식 날짜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쉽게 생각하면 한 명은 아빠가, 한 명은 엄마가 가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랬듯 `엄마'라는 존재는 이제 겨우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서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크다.

둘 다 엄마를 원하는 순간에 결국 몇 살이나마 더 많은 첫째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의 마음에 위로를 더하고 둘째 아이 입학식에 가려고 마음을 굳힌 순간.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아이들의 새로운 출발에 뒤늦게 내가 합류하게 된 것이다.

온몸에 가시가 돋은 듯 앉아있어도 서 있어도 욱신거렸다. 이해를 바라는 마음을 예의가 꾸짖어 한숨을 쌓아가던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감이 모든 것을 덮는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도 다 그렇게 애를 키웠는걸”이라는 말은 감사와 안심을 버무려 나 또한 새롭게 디뎌야 하는 그 길에 조금은 편하게 첫발을 뗄 수 있게 해주었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함을 운명처럼, 때때로 숙명처럼 지고 가는 우리가 결국 기댈 곳은 누군가가 슬쩍 보여준 `공감'뿐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정직하게 이루어낸 성과에 진심으로 쳐주는 손뼉도 고맙지만, 가끔은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이 나도 가보았기에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더 크게 느껴지듯이 누군가 어려워하는 입장에 서 있을 때 괜찮다는 말보다 나도 그랬기에 너의 마음을 안다는 말이 더 울림을 준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유치원을 시작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기관에 첫발을 디디는 학생들로부터 이직, 전직, 발령, 입사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그리고 그 외에 모든 자신만의 도전을 시작한 이들을 모두 포함해 좋은 성과, 복지 등등 물리적인 혜택에 앞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공감이 쏟아지길 소망한다.

처음 앉을 내 자리와 새롭게 마주할 얼굴들을 향한 마음이 너를 향해 나를 향해 천천히 열릴 공감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봄의 날씨만큼 따뜻하게 데워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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