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하며 느낀 한국 행정 처리의 이점
프랑스 유학하며 느낀 한국 행정 처리의 이점
  • 정은비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23.02.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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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은비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정은비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때는 대학교 2학년 재학 중 교환학생을 어릴 때 다녀올수록 좋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졸속으로 프랑스로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5일 이상 머문 적도 없고 혼자서 공공기관에 찾아가 민원 접수를 해 본 적도 없었으나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갑작스레 성인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준비 과정에서는 사실 크게 힘든 점이 없었다. 구비해야 할 서류는 많았으나 신속 정확을 요구하는 한국답게, 모든 과정이 민원인들이 처리하기 편하게 자리 잡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Ca depend(싸데펑)의 나라로 유명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뜻이다. 행정 처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한국이었다면 서류 접수 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프랑스는 우편으로 서류를 제출한다. 3개월 이상 머무를 시 체류증을 꼭 받아야 해서 기숙사에 짐을 풀자마자 재빠르게 구비서류를 우편으로 접수했다. 기약 없이 기다리다보면 잊힐 때쯤 그 다음 절차를 우편으로 회신해준다. 회신 받은대로 신체검사와 의사 면담 일정을 이행하고 대학에서 또 면접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프랑스에서 체류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프랑스에 입국하고 3개월 안에 끝내야했기에 빨리빨리 한국인인 나는 항상 초조해하며 지내야했다.

체류증 발급과 같은 행정 처리 말고도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에는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이 없어 은행원과 Rendez-vous(약속)를 잡고 직접 은행에 찾아가 계좌를 만든 후 RIB(계좌정보서)을 종이로 발급 받았다. 휴대폰도 내가 사용했던 통신사는 인터넷으로 개통 신청할 수 없어서 직접 영업소에 방문하여 개통하기도 했었다. 해지 신청도 내방하여 했었는데 신청한 날짜가 지났는데도 해지가 안 돼서 통신사 고객센터로 몇 차례나 통화를 해야 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도 처리가 되지 않아 통신사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공식 계정과 채팅을 하며 처리해야 했다.

심지어 프랑스는 월요일이면 쉬는 업소가 많고 업무 종료 시간이 되면 칼같이 문을 닫는다. 밤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도 없었고, 우리나라처럼 배달 문화가 활발하지도 않았다. (검색해 보니 내가 귀국하고 몇 년 뒤에 배달 문화가 활성화된 듯하다) 근로자들이 살기엔 정말 좋다는 생각은 했지만 고객과 민원인의 입장에선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잠깐이나마 지내면서 한국과는 다른 생활 차이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고 한국의 행정 처리 시스템이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이에 감사하게 되었다.

비록 발령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내가 공무원이 되어 일하며 그동안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발령 전에 어렴풋이 생각했던 공직의 범위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다반사일 줄 알았는데, 일주일에 2회 이상 출장을 나가고 있다. 나뿐 아니라 동기들, 다른 주무관님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민원인분들께서 이런 것까지 하시냐면서 고생하신다는 말씀을 많이들 해주시곤 한다.

직접 공무원으로써 근무를 하면서 나, 우리 가족, 지인들 그리고 우리 시민들의 행정 처리를 도맡아주시는 공무원분들께 더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이러한 한국의 행정 처리 체제 아래에서 민원인께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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