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까
행복하십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2.2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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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잘 먹고 잘사는 법. 한 때 유행했던 말이다. 웰빙, 워라벨의 삶을 추구하지만 세상은 참으로 팍팍하다.

요즘은 “잘먹고 잘살고 있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민폐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하다. 매달 갚아야 할 카드값, 공공요금, 경조사비가 족쇄다. 신학기가 됐으니 학원비, 등록금, 참고서비에 서민은 숨이 막힌다.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행복은 둘째치고 버티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이러니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한국의 행복 순위는 최하위에 있을 수밖에.

최근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보면 왜 행복을 느낄 수 없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제비교 지표를 통해 본 한국의 삶의 질은 객관적 지표는 상위권이나 주관적(질적) 지표의 순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순위를 보면 시민참여(2위), 주거(7위), 교육(11위)은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건강(37위), 공동체(38위), 환경(38위) 등의 영역은 낮았다. 또한 행복과 관련된 6개 요인 중 건강기대수명(3위), 1인당 GDP(26위)는 상위권이나 부패(44위), 관용(54위), 사회적 지원(85위), 자율성(112위)은 중하위권이었다.

삶의 만족도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는 2021년 6.3점으로 전년(6.0%)보다 0.3%p 증가했다. 문제는 삶의 만족도가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낮아 월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삶의 만족도는 5.5점으로 평균보다 0.8점 낮다는 점이다. 물론 500만원 이상의 소득층은 6.5점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학생들은 행복할까?

우리나라 유아교육취원율은 93.6%다. 성인(25~64세) 인구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인구의 비율인 고등교육이수율은 즉 고등교육 이수율은 2000년 23.8%에서 2021년 51.7%로 급증했다. 그러나 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51.1%로 2020년보다 8.2%p 감소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와 씨름하고 학원에서는 참고서와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 행복할 리 없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자료 `아동·청소년이 이야기하는 자신들의 행복한 삶: 삶의 질 지표 구성에의 함의'를 보면 아동·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 및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같이 팀 스포츠를 즐기거나,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는 것 등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반대로 `자신을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공부와 성적이었다. 또한 시험과 자격증, 학업·학원·대학 등 한국사회의 아동·청소년들은 여전히 과중한 학업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는 지난달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매일 학원을 간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축구 관람은 꿈도 못 꾼다. 친구들과 부대끼며 운동을 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겨울방학에 외갓집은 안가도 학원엔 도장 찍어야 하는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까?

최근 청주테크노폴리스에 동네 1호 서점을 낸 박근향 대표는 학생들이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에 서점을 냈다. 타인의 생각을 엿본다는 것만큼 짜릿한 기쁨은 없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데 학생들은 참고서에서만 자신의 길을 찾는다.

행복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먹고 싶은 것 골라 먹을 수 있는 데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진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법정스님은“불행한 이유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는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더 가지려 집착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당 한쪽에 올라온 냉이를 보니 봄이 코앞에 왔나보다. 봄바람이 불어오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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