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올라가~
산꼭대기 올라가~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3.0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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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탕 탕 탕~~, 윙~~~' 전동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게 무슨 소리예요?” “아~ 1층 전시실 설치작업 중인데 그 소리 같은데?”

청주시립미술관장님과 같이 2층 3층 특별전을 꼼꼼히 돌아보고 겸사겸사 1층 작업설치 현장을 찾았다. 보통 미술관에의 작품감상은 조명작업 포함하여 완벽히 설치된 미술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그러나 규모가 큰 설치 작품들은 작품설치 작업 시간만 일주일은 넘기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제작한다고 하는 게 맞는 소리일 수도 있다.

`관람객 입장 불가' 안내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전시장 문이 굳게 닫힌 대형 입구를 열고 들어갔다.

`와우~ 이거야말로 무슨 철공소 아닌가?' 전시장 안에는 대형 구조물의 설치작업으로 한창이다. 언뜻 높이가 1.5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반원구의 정상에서 이기수(충북대학교 미술과 교수) 작가님이 반갑게 맞는다.

“어? 어쩐 일여~~”“형님 작업 잘하고 있나 들렀죠~~, 잘되고 있는 거유?” “뭐 보시다시피 그렇지~ 잘 되는 건지 어떤 건지도 모르겄네? 허허허, 애들야 선생님께 인사드려라~.”

작가님을 중심으로 제자들을 포함해 설치작업에 5~6명의 도우미가 잠시 작업을 멈추고 목례를 한다. 알미늄으로 양각, 음각된 수백 개의 파편들을 지름 3.3m 높이 1.5m의 대형 반구에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이다. 파편 크기와 각인된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조각들은 나사와 드릴을 이용하여 때론 망치로 다듬어가며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있다.

“아이고~ 이걸 언제 다 붙여요?” “그러게~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작가는 산 정상에 우뚝 선 듯 작품 정상에서 섬세하게 아래 좌우 빈틈과 조각들의 배치를 살핀다. 십여 걸음 멀찍이서 연신 카메라 프레시를 터트리는 사진작가님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설치과정부터 섬세하게 찍은 사진들로 현장감 있는 도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게 진짜 재미다. 완성되고 가공된 최종 작품의 산물은 어쩌면, 지극히 가꾸어진 결과물일 수도 있다. 제작 과정에서의 땀. 그리고 어울림 소리, 작가의 끊임없는 선택의 고뇌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누구나 이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위험하기뿐만 아니라 작품설치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숙련된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행할 수 있는 팀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운 좋게도, 작가와 막역한 선후배 관계라는, 그리고 우연한 방문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미리 예약될 수도 없고 또 그리해서도 안 된다. 또 마침 한가한 시간에 전시 주관 관장님과 함께여서 작가 입장에선 성가신 방문객은 아닐 수도 있었다.

작업에 방해될까 여유 있게 떨어져 관장님과 전시장 구석구석 조명과 느낌을 살피고 있는데, 이기수 작가는 연신 목소리를 높인다. “김 작가~ 거기가 아니지~ 조금 더 우측으로 옮겨봐~, 그거밖에 안 돼? 그럼 좀 더 큰 걸로 가야지~~” 호호호.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목에 핏대를 올리는 이 교수님은 영락없이 공사 현장 감독님 포스다. 작품 덩어리의 크기로 보아 작가가 답답해도 함부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할 상황이 아니니 작품 위에서 답답함을 토로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렇지~ 바로 거기지~” 환하게 웃는 작가를 보며 나도 절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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