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입장권은 쓰레기통에~
무료 입장권은 쓰레기통에~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3.02.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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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퇴근 시간에 밀리는 차 안에서 운전한다는 건 여전히 인내가 필요하다. 날씨까지 춥고 컴컴해 저녁 7시 넘어 낯선 공연장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시내 골목길 한참을 들어가 건물철거 공터에 차를 세웠다. 어수룩한 어둠 속에서 잽싸게 중년 남성이 달려온다.

“어디 가셔요? 공연장은 저~쪽인데 여기 주차 하시고 2000원만 주세요”.

분명 이쪽이라 했는데 입구를 모르겠다. 돌고 돌아 건물을 찾고도 정작 3층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는데 잠시 머뭇거렸다.

3층이라 엘리베이터도 없고, 굽이진 계단 오르막은 마치 대학 시절 커피숍 드나들던 느낌과 비슷하다. 겨우 공연장을 찾아 문을 여니, 교실 한 칸 정도 크기의 공간 앞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고, 뒤쪽에 접이식 의자가 쭉~ 줄지어있다. 벌써 도착한 관객 무리는 맨 앞줄에 자리하고 시시콜콜 소란스럽다. 입구에서 연주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순박한 청년이 묻는다.

“혹시 초대권 있으신가요?” “아니요. 현장 구매 관객입니다.” 팸플릿을 받아들고 아들과 함께 두리번거리다 세 번째 줄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열 번째쯤 관객일까? 둘러보니 객석은 60~70석 정도 되어 보이는데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다. 성인이 1만원, 학생은 50% 할인이다.

공연장은 소박하고 작은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보인다. 공간이 구조적으로 좀 더 정돈되었으면 훨씬 관객과의 소통이 효과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세 분 다 독일 유학파다. 독일 유수의 국립음대에서 공부한 재원들이다. 더불어 우리 지역 충청권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연고가 있는 음악인들이다. 앞으로 있을 개인 콘서트 준비과정에서 그동안 연습한 대표곡들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고,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따뜻한 작은 공연이기도 하다.

세 명이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뽐낸다.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임헌정 님의 악기 소리는 마치 `해머'처럼 묵직하다.`피아노 건반의 깊이가 일반피아노와 다른가?'싶을 정도로 소리가 깊다. 주변 공간과 어우러지는 소리 크기를 정확히 알고, 경험과 노련미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준 김예라 피아니스트 는 열정적이고 자신 있는 직관적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어휴~ 저건 재능인가? 연습량인가?

자그만 체구의 최규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쑥스럽듯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곧 그의 손이 무덤덤하게 건반 위를 날아다닌다. `저건 또 뭐야?' 순간 내 숨을 멎게 한 건, 그가 내는 피아노 소리의`질감'이다. 쫄깃하고 솔직한 다양함을 들려준다. `소리 질감을 만드는 천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 녀석이 혼자 중얼거린다. `이건 완전 10만원짜리 공연이네~'. 맞다! 내 생각에도 대단한 공연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주변에는 우리가 아는 조성진이나 임윤찬 외에도 연주에 목마른 아티스트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그들도 프로다.

우리는 진심으로 유료입장권 구매를 통해 그들에게 감사함과 존중을 이야기하고 예술가로서 좀 더 발전해주길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야 오래도록 멋진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무료입장권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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