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중꺾마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2.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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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의 줄임꼴로 `중꺾마'라는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원래 이 말의 주인공은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데프트(김혁규)였다고 하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휘날린 태극기에 써놓은 말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널리 알려진 것이다.

살다 보면 마음이 부러진 화살처럼 될 때가 적지 않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뮤지컬 <영웅>에 대한 소문을 귀동냥으로만 듣고 있었는데, 그나마 영화로 만들어진 <영웅(Hero, 2020)>을 보았다.

대한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할을 맡은 배우 정성화가 거사를 앞두고는 “조국이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인간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에선, 예수의 제자 도마(Thomas)가 스승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깊은 회의에 빠져 고뇌하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뤼순(旅順) 감옥에 갇혀 있던 안중근에게 손수 지은 수의와 함께 보내온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에는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천하의 대장부 안중근에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용솟음치게 만들어 준 어머니의 단장(斷腸) 같은 속울음이었다. 끝내 마음을 꺾지 않은 안중근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말과 함께 조국의 자유독립을 위한 풍찬노숙(風餐宿)의 생애를 마쳤다.

그분의 마지막 유묵 여덟자를 노란색 편지봉투에 나도 따라 써보았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버린 고되었던 군대생활 39개월을 회상하면서. 때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꺾마'가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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