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 희망의 불씨
절망 속 희망의 불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2.13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희생자가 3만명을 넘어 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규모 7.8 강진 뒤에 규모 7.5 강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13일 현재 사망자수는 3만4000여명에 달하고, 약 8만명이 다치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100만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진이 계속 발생하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지진 피해의 규모는 추산이 어려울 지경이다. 여기에 미국 지질조사국이 튀르키예에서 규모 7.8 이상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하면서 지진 공포는 인근 지역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텔레비전에 비치는 지진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빌딩들이 떡시루처럼 켜켜이 주저앉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사람이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했던 도시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사망자 수는 10만명이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타전되면서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게 즉각 즉각 답지하는 참담한 현지 상황에 세계 각국은 구조대를 파견해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너진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를 찾아내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구조 현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생존자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시리아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탯줄로 엄마와 연결되어 있던 신생아의 구출 소식은 먹먹한 감동과 함께 통곡의 눈물을 쏟게 했다. 그 작은 생명이 들어 올린 삶의 존귀함은 절망 속에서 피워낸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구조의 `72시간 골든타임'을 지난 지금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들려왔다. 생후 10일 된 신생아가 지진 발생 90시간 만에 어머니와 함께 극적으로 구조되었고, 생후 2개월 아기가 지진 매몰 128시간 만에 잔해 밑에서 구조돼 기적의 순간을 전해주었다. 진앙지 가지안테프주 누르다이에선 5명이 129시간 만에 잔해에서 구조됐고,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 깔렸던 4세 여아와 아버지 132시간 만에 구조돼 기적적인 생환 소식을 전했다. 삶과 죽음이 시간과의 싸움으로 치닫는 이 순간, 폐허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는 구조대원들의 수색작업을 지켜보며 기도하는 마음들이 하늘에 닿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가 하면 재난 복구를 위해 전 세계인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소식도 가슴 뭉클하게 한다. 세계적 기업들은 물론 이름을 밝히지 않고 거액을 기부한 파키스탄인까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절망 앞에 국가도, 인종도, 이념도 뛰어넘는 인간애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란 인식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확인시켜주기도 하지만 가장 절망적일 때 절망은 희망의 얼굴로 찾아와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고 있음이다.

지진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폐허로 만드는 위력이 있다. 도시일수록 그 피해는 파급력이 크다. 그러기에 간과해선 안 되는 일이 재난에 대한 안전 대책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이번 지진은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한반도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경고하는 전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내륙 한복판인 괴산 일대에 2.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지난 11일 보은에 2.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지구의 경고다. 늦기 전에 철저하고 촘촘하게 지진 발생에 대한 대비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