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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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3.02.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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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우리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핑계라는 말은 뭔가 숨기고 있거나 피하려는 느낌이 듭니다. 핑계를 대기 위해서는 말이 길어지게 되고, 말의 앞뒤가 잘 맞지 않게 됩니다. 이렇듯 핑계는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을 감추기 위해 하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핑계의 방향을 살펴보면 어떤가요? 자신을 향하는 경우가 있나요? 핑계는 모두 외부를 향하고 있습니다. 1년을 시작하는 1월에 한 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운동을 한다든지, 금연, 금주, 책 읽기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지고 맙니다. 이럴 때 하는 말 중 가장 많은 말이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딘가로 사라진 것도 아닌데 시간이 없습니다. 이렇듯 핑계는 밖을 향하면서 다른 대상을 탓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내 탓이 아니라 다른 까닭이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고 나면 잠시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허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린아이가 길을 가다 넘어지면 보호자가 달려와 땅바닥을 때리며 “때찌!”합니다. 귀한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한 땅에 대한 보복이지요. 그럼 아이는 자신이 넘어진 건 땅 때문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넘어져서 속상한 아이 마음을 잠시 달래줄 수는 있지만 옳은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땅을 혼내주며 아이 마음을 풀어주려 하기보다 길에서 달리면 넘어져서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 아닐까요?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지내며 아이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대뜸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쟤가 먼저요.”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먼저 말합니다. 그럼 저는 상황을 들어보고 자기가 잘못한 점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잘못의 경중을 따져서 더 잘못한 사람을 혼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잠시 후, 아이들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서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두 아이의 다툼을 해결하면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진다면 두 아이 모두 마음에 상처만 남게 됩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수많은 갈등 속에 살면서 늘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밀어내라>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얼음 위에 사는 펭귄들이 긴 장대로 자신들의 얼음 위로 올라오려는 다른 동물을 밀어냅니다. 어린 펭귄들이 와서 왜 다른 동물을 밀어내는지 물어봅니다. 어른 펭귄은 다른 동물이 너무 무거워서, 너무 많이 먹어서 안 된다고 대답합니다. 어른들이 다른 데 가서 놀라며 어린 펭귄을 쫓아버립니다. 어른 펭귄은 다시 밀어내는 일에 집중합니다. 결국 한쪽으로 기울며 얼음이 갈라지고 어린 펭귄들이 있는 얼음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결국 중요한 것을 잃고 만 것이지요.

오래전 유행한 노래 중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핑계로 내 잘못을 덮으려 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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