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케슬러 신드롬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케슬러 신드롬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 승인 2023.02.01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얼마 전 미국의 지구관측위성(ERBS, 약2.5톤)이 한반도에 떨어질 뻔한 적이 있어 전국이 놀란 적이 있다. 아니, 새해 첫 달부터 이게 뭔 소동인가? 하늘에서 고장난 위성이 떨어져? 그럼 그동안 전 세계에서 수십년에 걸쳐 쏘아 올린 모든 위성들은 다 수명이 다하면 우리 머리 위로 쏟아지는 거야? 설마! 과학자들이 그런 것조차 계산도 안 했을까? 지금까지 쏘아 올린 것만 해도 2만개를 넘는데? 작동하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7000여개이고 나머지는 운영 중지 또는 잔해물로 단지 지구 주변에서 돌고 있는 것(자기가 달인가?)이다. 이것들이 어느 날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고? 그렇다면 실제로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 우주물체의 약 70% 이상이 우주 쓰레기라는 말인데, 이것들이 다 어느 날 내 머리 위로?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처음 우주 쓰레기가 발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약 7000톤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밖 우주 상공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이 우주 쓰레기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부분 불타서 사라지고 지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우주 쓰레기 또는 전소가 안되는 물질로 이뤄진 경우 그대로 지상에 추락해 피해가 발생하게 되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영화 `그래비티(중력, gravity)'를 본 적이 있는가? 2013년 개봉했던 SF 스릴러 영화로 당시 최고의 영화로 타임지가 선정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SF 영화가 보여주는 외계인도 안 나오고 휘황찬란한 우주 전쟁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던 중에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며 우주 미아가 되어 겪게 되는 이야기를 과학적 사실과 원리에 충실하게 그려내며 각광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섬뜩하다.

1978년 NASA의 케슬러라는 과학자가 섬뜩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충돌로 발생한 파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연쇄적인 파괴 작용이 일어나 모든 우주 궤도 전체가 우주 쓰레기로 뒤덮이게 될 것(케슬러 증후군, Kessler Syndrome)이라 했다. 이 연쇄적인 파괴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근거 중 하나는 우주에서는 말라비틀어진 페인트 조각 하나도 250kg짜리 물체가 시속 100㎞의 속도로 충돌하는 것과 같은 충돌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궤도 전체가 우주 쓰레기도 뒤덮이게 되면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각종 현대기술(GPS, 위성통신, 기상관측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이후 인공위성 등 우주로 나가는 길은 우주쓰레기로 막혀 몇 천 년 후가 될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우주 감시 시스템의 출범은 물론 쓰레기 모으는 풍선, 우주 파리채까지 고안 중이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