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큰 일이다
정말 큰 일이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1.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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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우리의 안보이고,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다”라고 한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발언은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정부 의도와는 상관없이 두 나라를 적대 관계로 부추기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또 삼분법 논리로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우리의 안보이고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기 때문에 이란은 한국의 적도 된다'는 오해까지 생산해 냈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우호적 관계와 긍정적 개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국내 야당 정치권도 “국익을 해치는 외교적 참사”로 규정하면서 맹비난을 쏟아냈다.

중동 전문가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란 매체들이 어느 때 보다 강경한 논조를 쏟아 내고 있고, 일부 매체에서는 호르무즈 해역에서 한국 선박의 통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다”며 성난 현지 사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을 뿐 이란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견제했고, 여당도 “국내에서 갈등을 만들고 이란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한·이란 관계를 해하는 행위”라며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현재 이란은 1979년 혁명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히잡 시위로 정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미국과의 마찰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서운한데다가 우방인 중국조차도 친 사우디아라비아 노선을 걷고 있어 외교적으로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이란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웃나라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닫았던 대사관도 다시 여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와중에 한국의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발끈하게 했다. 그만큼 매우 불쾌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이란은 미국의 고강도 경제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 대금 8조6000억원을 수년 째 갚지 않고 있는 한국에 앙금이 쌓여 있었다. 8조6000억원의 원유 대금은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자산이다.

이란은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원유 대금을 갚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지난 2021년에는 한국 유조선을 나포해 억류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란은 한국과의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꾸준히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국을 국가대표 축구 대항전 빼고는 최고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한국을 국가 발전의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고 중요 무역국가로 여기고 있다. 한류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이란을 한국 대통령이 위협국가로 묘사한 것은 아무리 오해라고 애둘러 해명한다 해도 외교상 큰 실수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대통령은 장병들을 격려하는 과정에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쳐도 대통령의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잘못된 것을 지적받으면 고쳐야 하는 데 고집스러울 정도로 고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실수가 반복되면 국격이 떨어지고 국운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감에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데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만 든다.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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